바이올린 연주자 클라라 주미강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겨울엔 건조해서 연주 도중에 자주 줄이 끊어지고, 여름에는 다습해서 음색이 선명하게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명성이 있는 고(古)악기보다 기후 영향을 덜 받는 현대 악기로 바꿀까 생각할 때도 있다. 현대 악기가 기후에 영향을 덜 받아 습도가 높을 때도 보다 음이 선명하게 공기를 뚫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지구의 기후변화 심화는 이렇게 음악가들의 연주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지구의 종말을 재촉하는 심각한 기후변화 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人類世)’로 명명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현재 지질학적 시간은 과거와 완전히 구분되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했다. 크뤼천은 지층에 인간의 영향이 뚜렷하게 남아 있을 이 시대를 ‘인류세’라 선언했다.

인류세를 특징 짓는 것은 플라스틱과 지구온난화다. 바다에 흘러든 미세플라스틱과 대기에 배출된 지독한 오염물질, 그리고 기후 온난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 대두 된 지 오래다. 이미 인류의 활동으로 야생 포유류의 83%와 해양 포유류의 80%가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류세 연구 학자들은 지구 생명체의 멸종을 경고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또한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30년 간 울릉도에는 매년 5.13㎜, 포항 인근 동해안에는 4.55㎜씩 바다 수면이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해안 평균이 3.50㎜나 된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이 지난 1989년부터 2018년까지 연안 조위 관측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지구 온난화로 극지의 해빙 속도도 역대 최고 기록이다. 고도가 낮은 몰디브나 투발루와 같은 섬은 가라앉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 기후 재앙을 맞고 있다. 호주에서는 40℃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19일에는 뉴사우스웨일스 주 등 곳곳에 산불이 나 큰 피해를 내고 있다. 16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는 토네이도로 건물이 붕괴 되고, 17일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옛 수도 다르에스살람이 폭우로 잠겼다.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인류세’도 곧 끝날 것이다. 전 세계가 당장 지구환경 지키기에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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