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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초까지 이어질 '북한의 시간'…시간을 거꾸로 달리지 말길
연말연초까지 이어질 '북한의 시간'…시간을 거꾸로 달리지 말길
  • 연합
  • 승인 2019년 12월 22일 19시 37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2월 23일 월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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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연말·연초까지 원하든 원치 않든 ‘북한의 시간’이 전개된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설정한 ‘연말 시한’에 맞춰 노동당 중앙군사위 개최, 크리스마스 선물 공개, 노동당 전원회의 소집,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년사 발표 등 한반도 안보 지형에 영향을 끼칠 굵직한 이벤트를 캘린더에 빼곡하게 채워 넣었다. 이와 맞물려 23일부터 이틀 사이 중국에서 열릴 한·중, 한·일 개별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에도 이런 북한의 예사롭지 않은 동향과 교착상태의 비핵화 문제가 포함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들 동북아 3개국 정상은 총론적 입장에서는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북한은 최근 외부와의 문을 걸어 잠근 채 국익 및 존재감 극대화를 위한 묘수 찾기에 한창인 것 같은 인상을 풍기고 있다. 불과 수 시간이면 닿을 거리에 와있던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공개 접촉 제안을 침묵으로 내친 것이나, 국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쓴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구상에 조롱 조로 반응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협상이나 조율의 여지를 제거한 채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백기 투항 내지 요즘 말로 ‘답정너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점입가경인 북한의 마이웨이 행보 중에서도 봉인상태인 ‘크리스마스 선물’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정은 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 중앙군사위를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됐던 선물의 내용과 크기는 사흘을 남겨놓은 22일 현재까지 여전히 베일 속이다. 조만간 소집될 노동당 전원 회의의 극적 효과를 위해서 애써 발톱을 숨긴 것인지, 선물을 보낼 생각 자체를 접은 것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부치기 전에 미국을 비롯한 한·중·일 3국의 입장변화 여부를 막판까지 저울질해 보겠다는 심산일 수 있다. 앞으로 이틀간 자신들의 성에 차지 않는 흐름과 맥락이 읽힌다면 북한은 예고한 대로 어떤 형태로든 선물을 공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블러핑이니 허풍이니 하는 얘기가 귀에 거슬린다면, 무엇을 자르든 칼집에서 칼은 뺄 것 같다. 작게는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조치 철회에서부터 크게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의 선택지가 거론된다. 인공위성을 가장한 로켓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제7차 핵실험 등도 잠재적 선물 리스트에 올라있다.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시간을 거꾸로 달리는 일이다. 그렇게 역주행해서 도달하는 지점이 ‘화염과 분노’의 험악한 시절이라면 누구에게도 득(得)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명약관화한 결론이 있는데도 북한이 도발이라는 낡은 형태로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면 곧 맞이할 새해의 한반도 기상도는 온통 잿빛이 될 것이다. 북한은 우리의 내년 총선과 미국의 대선 레이스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메시지와 행동으로 자신들의 목표달성과 국익 극대화를 지속해서 꾀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제로섬 게임’이라면 북한의 기대수익이 커질수록 나머지 관계국의 손실 내지 양보도 비례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지가 중요하다. 물론 트럼프는 자신의 재선 승리에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는 쪽으로 행동할 것임이 틀림없다. 소극적으로 상황관리에 치중할지, 아니면 과감한 양보로 북미대화 모드로 복귀할지, 그것도 아니면 거친 방법으로 강한 미국의 힘을 과시할지는 손익계산을 따져본 뒤 결정할 공산이 크다. 이 대목에서 북한이 유념해야 할 점은 레드라인(한계선)을 확실하게 넘어버리면 판 자체가 깨져버리고, 결국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 꼴이 될 수 있다. 총선을 전후로 우리 정부가 마냥 북한의 입장을 거들 수만은 없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연말·연초 북한이 지배하는 듯 보이는 시간은 결국 자충수가 될 위험도 내재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이미 과거 비슷한 벼랑 끝 전술을 수없이 경험하면서 ‘딥러닝’이 된 상태다. 북한의 다음 수는 남을 꺾기보다는 자신을 살리는 곳에서 착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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