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배성로 동양종건 전 회장 해외투자금 회수건 유죄 확정
해외진출 제동 걸릴 우려 높아

대법원이 해외 진출 건설사가 현지 투자금을 국내 회수과정에서 현지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국내 계열사를 통한 기술용역 계약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회수한 행위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려 향후 해외 진출 건설업체들의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게 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10월 동양종합건설이 인도네시아 건설사업과 관련 국내 계열사와의 기술용역계약 등을 체결해 투자금을 회수한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의 횡령혐의에 대한 유죄 원심판정을 확정 지었다.

동양종건은 인도네시아 건설공사에 참여하면서 현지법인인 동양인도네시아를 설립했다.

그러나 동양인도네시아는 법률상의 회사일 뿐 실제 투자는 동양종건이 공사에 필요한 인력과 물자, 기술을 제공하는 사실상의 페이퍼 컴퍼니였다.

문제는 동양종건이 실제 투자를 했지만 이에 대한 대가와 이익금 환수과정에서 일어났다.

동양종건과 동양인도네시아는 모회사와 자회사라는 특수관계여서 곧바로 동양종건으로 투자 대가 및 이익금을 송금할 경우 현지 세무당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국내 계열사와 기술용역계약을 체결, 용역비 명목으로 자금을 회수했다.

동양종건측은 실제 투입된 인건비를 명목대로 회수할 경우 한국인 취업비자 1명 당 자국민 10명을 고용하도록 돼 있는 인도네시아 고용관련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아 비용 절감과 절세 차원를 위해 기술용역 계약을 맺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동양종건은 코트라와 해외건설협회와의 상담을 통해 가장 합법적인 방안으로 인도네시아 당국에 20%의 세금을 내는 조건으로 기술용역계약을 체결, 자금 회수에 들어갔다.

법원과 회사 측은 이와 관련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였지만 결국 법원은 “현지에서 발생한 수익의 일정부분을 국내로 환수하라고 지시한 걸로 보이고, 단순히 동양종합건설이 투입한 인건비를 송금하라고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로 유죄판결을 내렸고,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즉 법원은 동양종건이 동양인도네시아에 투입한 인건비 채권이 실재하지 않았고, 동양인도네시아가 동양종합건설 계열사인 운강건설로 보낸 송금행위에 대해 배 전 회장의 불법영득의사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법원은 배 전 회장이 횡령죄의 구성요건인 ‘불법영득의사’에 대해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실이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동양인도네시아의 자금을 운강건설로 송금한 행위에 대해 ‘불법영득’으로 판단했다.

동양종건은 이에 대해 “개인적 이익을 위해 해외자금을 은닉 또는 송금하는 일반적인 횡령 사례와는 명백히 구분된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이번 판결은 ‘내국인이 외국에서 한 행위가 국내법에 위배되더라도 그 행위가 현지 법령이나 사회규범에 당연히 허용되는 행위이고, 국내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서울고법 2017 2802)와도 배치돼 앞으로 법리해석에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위기에 빠진 건설사들이 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 등 신흥 건설시장 진출에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현지 법간 괴리 발생 시 이번 판결이 예시될 가능성이 높아 해외진출마저 제동이 걸릴 우려가 높아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흥 건설시장인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 대부분이 자국 이익 보호를 위해 고용·투자·세금 등에 대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가뜩이나 침체 된 건설업계가 해외진출을 통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위축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한편 동양종건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포스코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9가지 혐의로 기소됐으나 모두 무죄 또는 무혐의 판결을 받았으며, 횡령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5년 가까운 법정 공방과정을 겪는 동안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지난 2016년 549억원이던 매출액이 2017년 24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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