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칠 예술세계 편집주간
서영칠 예술세계 편집주간

2020년. 경자년은 호국보훈의 해로 명명해도 좋을 것 같다.

단순히 6.25 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의 의미만을 되새기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포항시를 세계적인 철강도시로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가려진 또 다른 면은 백척간두에 선 조국의 부름을 받고, 학도병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해낸 충절의 고장이기도 하다. 청춘의 훈장인 여드름이 채 가시지 않았던 어린 학생들(14~17세)이 펜대를 놓고 총대를 메고 전선으로 달려간 역사적 사실이 어느새 70주년이 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를 바탕으로 경자년의 포항시 6.25 전쟁 70주년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동안 인류의 역사는 오랫동안 자의든 타의든 지속적으로 전쟁을 하면서 발전해왔다. 하지만 최근 우리 주변에 전후 세대들은 전쟁을 직접 겪은 어르신들로부터 거듭된 전쟁 위기의 신호음을 자주 접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내재한 심리 속에 우리는 전쟁 불가라는 내성이 쌓여, 휴전으로 분단된 조국의 위태로운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다. 당면한 시대적 소명 앞에 후손들이 적극적인 방법으로 선열들의 공훈을 선양하고 보전해야 할 책임을 느끼게 해야 한다.

얼마 전 정읍시에서 동학농민혁명 유족에게 수당을 지급한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어 세간에 화제를 낳았다.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지자체에서도 민주화 운동 및 민중항쟁과 관련된 사업에 관해서 각자의 방법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온다. 필자가 새삼 해당 지자체 사업에 생경함이나 정당성에 관해 논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120년 전 조선의 역사적 사실을 오늘에 되살려서 전승시키려는 정읍시의 방법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난감하지만, 그래도 그 정성만큼은 존중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포항시의 학도병 이야기는 이미 한차례 영화화가 되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정작 포항시민들 모두가 자긍심을 갖게 하는 다양한 접근은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한 편이다. 1950년 6.25 전쟁이 일어나고 누란의 위기에 처한 조국의 안타까운 부름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붉은 청춘들의 숭고한 정신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초라하기까지 하다. 그들은 계급도 군번도 없이 피비린내 나는 포연 속으로 사라진 소중한 넋이며, 후손들이 오랫동안 전승하고 보전해야 할 참 가치이며 책무이기 때문이다.

랭보가 노래한 “성이여! 계절이여!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라고 하는 상처의 대부분은 여울진 세월에 씻기어진다. 70여 년 전 운주산 산기슭과 형산강 둔치에서, 피 흘리며 사라져 간 학도병들의 거룩한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서는 관계자 여러분의 유용한 방법이 지속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포항시가 명실공히 학도병들의 고장이며, 충절의 고장이 되기 위해서는 구순을 전후로 생존하고 계시는 학도병들의 각별한 보살핌이 있어야겠다. 또 전쟁 중에 행방불명이 되었거나 작고하신 유가족에게도 경외심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다양하고 입체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접근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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