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과 직결돼 성직이라는 의사도 시장원리에 따라 노동하고 움직인다. 희귀하게도 유능한 의사로 ‘슈바이처 정신’의 소유자가 있어서 지방에서 어려운 이웃을 돌본다면 그저 에피소드나 놀림감이 될 뿐이다.

비수도권 많은 지역에서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력을 구하지 못해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 병원은 말할 것도 없고 보건소 같은 공공기관도 특별 조건이 아니면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간단하다. 임금이 비슷해도 교육환경이나 생활 여건, 문화, 개인의 경력 발전 등에서 모두 불리하기 때문이다. 한 두 조건도 아닌 노동시장에서 인력을 구하는 기본적인 조건 대부분이 수도권에 비해 경쟁이 안되는 것이다.

노인이 늘고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와 사회문화적 권력은 당연히 대도시로 집중되고 지역은 축소되고 결국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역의 병원뿐 아니라 기업, 학교, 문화시설, 대중교통이 경제성을 상실하고 시장이 허물어져 내리고 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국가가 공공성을 띤 의료 기관을 늘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공공적으로 지역을 살리려는 것은 대체로 비경제, 비효율적이며 양질의 수준을 유지하며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가 지역 살리기, 균형발전 운운하지만 갈수록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의료는 물론 교육과 문화 등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역소멸의 위기를 맞아, 지역 의료와 인력의 양성과 배분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당면 과제다. 포항시가 의과대학과 병원 설립에 나서서 영구용역 중간 보고회를 열었다.

지난 20일 포항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포항지역 의과대학 설립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용역 수행업체 캡스톤브릿지는 포항이 제4세대 방사광 가속기와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식물백신기업지원시설 등 첨단 바이오 헬스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어서 연구 중심 의과대학 설립의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 했다. 의과대학이 설립되면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이 잘 갖춰져 있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핵심적인 것은 단순히 52만 포항시민의 의료복지 수준의 향상 뿐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책 실현과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국가적 의료 발전은 물론 의료 불균형 해소에도 큰 역할 을 할 수 있는 포항시의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지역의 의과대학 설립을 막아서는 안 된다. 지역 주민의 필요와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진정한 지방 자치다. 정부와 의료계는 지역이 스스로 요구하고 만드는 의과대학 설립을 지원하고 적극 조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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