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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어린 유권자'가 아니라 철없는 어른이 걱정이다
'18살 어린 유권자'가 아니라 철없는 어른이 걱정이다
  • 연합
  • 승인 2019년 12월 29일 16시 02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2월 30일 월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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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내년 총선부터 선거 참여 연령이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아진다.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1997년 공약으로 처음 내건 지 20년이 넘어 마침내 실현되는 것이라고 한다. 세계적 추세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두루 고려할 때 환영할 일이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만 19세가 돼야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병역의무와 결혼, 운전면허 취득 등 웬만한 일은 만 18세부터 가능했는데 유독 선거에서만 참여 연령이 높아 대학생이 돼도 투표권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선거연령은 만 20세였다가 그나마 2005년에야 19세로 낮춰졌다.

내년 총선에서 투표권을 갖는 만 18세는 5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올해 4월 말 기준 만 17세 인구가 53만2천295명으로 집계한 바 있다. 선거연령이 낮아지자 정치권은 정당별로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면서도 ‘18세 표심’ 잡기에 앞다퉈 나서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선거연령 하향을 반기면서 모병제 도입을 비롯해 청년층을 겨냥한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선거연령 하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교사와 학부모 등 교육계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만 18세면 충분히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나이라는 견해가 많은 가운데 선거연령 하향으로 교실이 정치판으로 변질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 역사와 요즘 청소년들의 성숙도를 생각해보면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다. 4·19혁명 등 민주화운동 과정의 고비마다 중·고교생 등 10대 청소년들은 주역의 한 축을 맡았다. 세계적으로도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선 공로로 미국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뽑힌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도 열여섯 살이다. 더구나 4월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실제 선거권을 갖는 고 3은 생일인 빠른 일부 학생에 불과하다. 학교의 정치화로 교육 현장에 큰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기우가 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철없는 어린 유권자’가 아니라 나이만큼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이다. 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막연한 거부감을 없애고 이성적 판단을 도와줘야 할 기성세대가 오히려 정치 무관심과 혐오를 조장하는 데 앞장서는 게 현실이다. 국회에서 충돌이 일어나기만 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동물국회’로 규정해 국민의 대표들을 도매금으로 매도한다. 학생들과 교사들이 토론과 타협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학교 문제에 쓸데없이 개입해 침소봉대하고 정치적 이슈로 만드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행위 자체가 정파적 이해관계에 스스로 휘말리는 것이라는 걸 정말 모를까 싶다. 참 어른이라면 청년들의 수준을 깎아내리거나 왜곡하는 대신 그들이 정치를 외면하지 않게 안내하고 제대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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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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