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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 10. 양민호 동해명주 대표
[명인] 10. 양민호 동해명주 대표
  • 손석호 기자
  • 승인 2019년 12월 29일 21시 43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2월 30일 월요일
  • 13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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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수치화로 위생·술맛 다 잡아
양민호 동해명주 대표가 막걸리 제품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막걸리는 ‘한국인의 애환’이 담긴 술이다.

먼저 그 기원을 살펴봐도 쌀로 발효를 시킨 술 중 맑은 윗부분인 ‘청주’는 지체 높은 이들이 마셨다. 이를 떠내고 남은 침전물을 그냥 마시기 뻑뻑해 물을 타고 양도 늘린 것이 막걸리 유래라 전해진다.

역시 백성에게 친숙했고, 마시면서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고충도 푸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지만 ‘값이 싸다’, ‘관습대로 만들어진 그저 그런 술’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오랫동안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통념에 맞서 남다른 열정으로 도전과 혁신을 통해 막걸리 만들기에 몰두하는 ‘젊은 명인’이 있다.

포항시 남구 동해면 도구리 소재 ‘동해명주’의 양민호(38) 대표다.

동해명주는 지난 1955년 설립, 올해 64년째 운영되는 포항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밀 막걸리인 포항에서 가장 오래된‘도구막걸리’, 산·학협력으로 탄생한 우뭇가사리를 넣은 ‘영일만친구’, 그리고 쌀알이 동동 뜬 ‘동해동동주’ 3종 술을 생산하고 있다.

양민호 동해명주 대표 내외가 제조장 외벽 도시가스 배관을 활용한 조형물앞에서 트릭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양 대표 아버지인 양수길 씨가 1985년 인수해 2016년 물려받아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직원은 총 4명으로 규모는 크지 않다. 양민호 대표는 5살 때부터 아버지 일을 돕기 시작해 다양한 술 제조 공정을 익혔고, 제조공장장 등도 지내며 30여 년의 적지 않은 내공을 갖췄다.

막걸리를 본격적으로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사실 도시와 거리가 있는, 시골 동네인 도구를 벗어나고 싶은 시절도 있었다”며 “하지만 해병대 복무 중 저희 막걸리를 맛있게 드신 장성·영관급이 있었다. (일개 병사인) 제가 우러른 사람이 즐겨 먹는 모습에 ‘한 번 막걸리를 만들어 봐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전역 이후 경산 소재 대학에 복학, 포항에서 장거리 통학을 하면서도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열정의 행군을 시작했다고도 했다.

양 대표에 따르면 동해명주 막걸리를 이루는 3대 요소는 ‘쌀’,‘물’ 그리고 ‘입국(粒麴·술의 씨앗으로 증자된 곡물에 당화효소생산 곰팡이를 배양한 것)’.

그는 양조장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입국 경험 등 기존에 지닌 역사와 내공을 우선 존중했다.

양민호 동해명주 대표가 막걸리 제품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결국 생존의 길은 ‘철저하게 데이터(수치)화’ 된 위생적인 술 제조 공정을 갖추는 것이라고 일찌감치 내다봤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계절과 이에 따른 기온·습도 변화 등 술맛을 좌우할 요인이 너무나 많았던 것.

그는 “막걸리에서 부족한 부분이 품질 관리다. 대기업이 아닌 이상 옛 어른들의 ‘술 냄새 확인’ 같은 소위 구먹구구식 관습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공장 내부 발효실과 숙성실 등에 사람이 없을 때도 품질 관리를 획일화·정례화해 확인·제어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결국 지난 2013년 ‘스마트폰으로 술 탱크 온도관리 시스템’ 도입으로 이어졌다. 향후 더 투자해 공장 내 다른 모든 변수도 스마트폰으로 관리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양민호 동해명주 대표가 막걸리 재료들이 잘 섞이도록 술 탱크 속을 저어주는 ‘가위질’을 하고 있다.다른 양조장에서는 교반(攪拌.휘저어 섞음)이라고 하는데 동해명주에서는 ‘가위질’이라는 말로 전해진다고 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양 대표는 “막걸리에는 좋은 쌀을 쓰고, 쌀을 잘 보관해야 이취(異臭·식품에서 나는 바람직하지 못한 풍미)가 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항에서 나는 질 좋은 쌀을 연간 40t가량 술 만드는 데 쓰고 있다. 지역 막걸리 업체 중 가장 많은 양이라고 귀띔했다.

지역 쌀 소비를 늘려가는 것이 포항 사람에게 가장 많이 소비되며 사랑받는 막걸리를 만드는 자의 자세라고 답했다.

향후 술을 만들기 위한 ‘쌀을 스스로 재배하는 것’도 꿈꾸고 있다.

환경오염이나 가축 폐사 등 우려로 퍼 올린 용수보다는, 안정적인 수질을 확보하기 위해 월 수십만 원 비용을 추가로 들여 상수도를 한 번 더 필터링(정수시스템)한 깨끗한 물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품질에 대한 투자와 자부심은 2017년 경상도 막걸리 업체 최초 HACCP(해썹)인증으로 이어졌다. 앞서 2012년에는 포항 최초로 ‘술품질인증’ 획득에 이은 품질 인증이다. 해썹이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장 높은 수준 인증제.

식품 원재료 생산부터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 생물학적·화학적·물리적 위해요소가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 시스템이다.

양 대표는 “기존 허름하고 비위생적인 양조장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객 선입견을 타파시키기 위해 해썹마크를 꼭 병에 새기고 싶었다”라며 “생막걸리 특유의 보존 어려움을 깨기 위해 미리부터 정형화되고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 고객 손에 전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포항시가 브랜드를 만들고, 포스텍(포항공대)가 기술 협력을 해 우뭇가사리를 첨가한 영일만친구는 서울의 한 매체인 ‘말술남녀’로부터 과메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막걸리로 선정됐다. 또‘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은 “전국의 민관 협업으로 만들어진 막걸리 중 가장 성공하고 오래 지속된 막걸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양 대표는 “막걸리는 지역색이 강해 다른 지역에서 팔리기 힘들다. 그 지역서 생산한 농작물 등으로 만들어졌다는 자부심, 향수 등이 작용한 이유다”라며 “이를 역이용해 관계없는 지역명 등이 붙은 제품 이름이 난립하고 있다. 소비자를 속이고 상도를 어긋나는 발걸음, 이윤만 좇는 행동은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동해명주 양민호 대표가 산학 협력을 통해 만든 제품인 영일만친구 막걸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민호 동해명주 대표는 이어 “‘포항의 작은 양조장이 만드는 값싼 술’이라고 인식에 부딪혀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막걸리 품질을 향상’시키면 소비자도 결국 막걸리 품격과 진가를 더 알아줄 것이라 믿는다. 품질 향상에 고심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해명주 제조장 벽면에는 막걸리를 따르는 거대한 술잔 조형물과 함께 회사 홈페이지 주소인 ‘양조닷컴(WWW.YANGJO.COM)’이 걸려있다.

중국에서 이 도메인을 판매하라며 수없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양 대표는 “양조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돼‘양조닷컴이라 불릴 수 있는 자격이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기에 사양하고 있다”고 술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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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호 기자 ssh@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검찰, 법원 등 각급 기관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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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2019-12-30 15:23:04
지금까지 먹어본 막걸리 중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