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숲 속에 겁이 많고 소심한 토끼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토끼는 자신의 그림자를 너무 무서워 했다. 토끼에게 그림자는 자신을 집어삼키려고 바싹 다가오는 괴물로 느껴졌다. 토끼는 그림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숲 속을 마구 뛰어다녔다. 그 광경을 본 늙은 부엉이가 토끼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하고 있나?” “제 그림자가 너무 무서워요. 제가 도망치려 하면 할수록 그림자가 바짝 저를 쫓아와요.”

토끼의 대답을 들은 부엉이는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림자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그림자가 진다는 것은 멀지 않은 곳에 빛이 있다는 뜻이야. 하늘을 쳐다 보아라” 하늘에는 아름다운 달이 떠 있었다. 토끼는 지금까지 이렇게 아름다운 달이 떠 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뉘우치며 마음을 새롭게 했다.

“비록 당신이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습니다. 당신이 하고자 하기만 하면 세상 그 무엇도 당신을 막을 수 없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미국 여자 유도선수 카일라 헤리슨의 말이다. 그녀는 14살 때부터 수년 간에 걸쳐 유도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헤리슨은 한동안 자신과 자신의 운명을 몹시 원망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유도도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그림자가 짙은 어둠을 극복하고 빛을 향해 매진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몇 년 동안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그림자 진 과거를 용감하게 털어놓았다. 자신에게 몹쓸 짓을 한 유도코치를 법정에 세웠다. 어두운 그림자의 시달림에서 벗어난 헤리슨은 유도에 전념, 결국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꿈을 이뤘다.

톱스타가 된 어느 여배우가 데뷔 시절 성인 비디오를 찍은 적이 있다. 그 일은 그녀에겐 어두운 그림자였다. 그녀와 인터뷰하던 어느 기자가 그녀의 과거를 들췄다. “저는 제 과거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만약 저에게 그러한 그림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습니다.”

2019년 올 한해는 조국사태와 각종 국정 농단 의혹 등 ‘정치 그림자’에 파묻힌 한해였다. 야합에 의해 짜깁기된 누더기 선거법으로 새해에도 짙은 그림자에 시달리게 됐다. 빛이 보이지 않는 우울한 송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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