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의 한 해가 저물었다. 2019년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공동체의 모든 영역이 혼돈 속에 보낸 한 해였다. 어느 하나 겉과 속이 질서 있고, 명료하게 정리된 것이 없다. 하찮은 껍데기들이 알맹이들을 가려서 공동체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아귀다툼의 아우성과 절규만 남은 한 해였다.

지식인의 탈을 쓴 헛똑똑이들이 온통 세상을 혹세무민 하는 한해를 목격했다. 위선적이고 선동적인 청치 모리배의 편견이 우중(愚衆)과 공모관계를 형성해 우리 공동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는 공동체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해(自害)나 다름없는 해악을 끼치고 있다. 이렇게 2019년의 해가 저물도록 미명의 어둠은 걷히지 않고 있다. 두려운 것은 이 같은 패악질이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지금의 우리 공동체는 냉엄한 국제질서 속에 우리가 직면한 최대의 도전과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망과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두고 그 목표를 위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좌표도 없다. 또한 우리 공동체를 이어 갈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관을 심어 줘야 할 지에 대해서도 혼란의 연속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허깨비 껍데기들에 현혹돼 있다. 국익에 심각한 위해를 끼친 외교와 대 북한 문제는 차치하고, 정치와 경제 문제만 봐도 암울하기 짝이 없다.

공동체의 삶의 틀을 만드는 정치는 우리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인 먹고 사는 문제와 관계없는 당리당략을 위해 구시대적 패거리 정치에 함몰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조국사태’로 불리는 기득권 정치 집단의 위선적이고 불법적인 행태들이 드러나고, 그로 인한 여론 분열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는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규범을 만드는 일이다. 선거법이나 고위공직자수사처법(공수처)이 국민 개개인의 행복이나 삶의 질 향상과 무엇이 그렇게 큰 연관이 있는가. 정치권은 야합의 4+1, 날치기, 필리버스터, 단식투쟁, 패거리 집회로 국민은 안중에 없는 싸움을 일삼고 있다. 이는 최고 지도자 한 사람의 역량이나 일부 정치 지도자의 문제가 아닌 옳음과 그름의 가치 판단을 상실한 우리 공동체 전체의 문제가 됐다.

정치권이 싸움을 벌이는 동안 우리 경제는 거덜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를 확대하고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은 정 반대의 결과를 보이고 있다. 생산성의 저하는 물론 소비와 투자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민간소비 증가율은 2.3%에 그쳤다. 2009년 이후 10년 만의 최저 기록이다. 설비투자도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8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기록 행진이다.

2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명목성장률은 1.4%로 OECD 회원 36개국 가운데 34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노르웨이(0.5%), 이탈리아(0.8%)에 이어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나라 명목성장률이 1%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IMF 외환 위기 때인 1998년 이후 처음이다. 기업의 투자와 혁신, 자율을 가로 막는 규제는 오히려 늘어났고, 원자력과 같은 독보적 역량을 가진 산업 분야를 스스로 망가뜨려 놓았다. 이러고서 경제가 회복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역민의 삶과 연관 되는 지방자치법은 정치권 의석 싸움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법을 비롯해 자치분권 관련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 등을 위해 지방이 연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경북과 대구는 굵직한 현안들이 결정된 한 해였다. 통합신공항 이전을 위한 부지 선정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고, 대구시의 신청사 입지가 달서구로 결정됐다. 경북에는 절실한 현안이었던 포항지진특별법이 우여곡절 끝에 연내에 국회 문턱을 넘었고, 신라왕경 특별법도 만들어졌다. 경북도와 대구시의 물리적 도시구조의 일대 전환점을 맞아 경제 통합을 논의하는 마당이다. 머리를 맞대 경북과 대구의 성장 발전을 위한 100년 대계를 세워야 할 때다.

우리 앞에 직면한 도전들은 전례가 없는 것들이다. 외교와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어느 한 분야도 위기 국면이 아닌 분야가 없다. 너무 비관적 시각이라 할 지 모르지만 국제사회와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전례 없는 도전 앞에 우리는 서로의 극심한 견해 차를 극복해 내려는 새로운 의지를 다져야 한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우리 공동체의 특징이다. 우리의 두려움을 잘 제어하고, 서로의 견해를 좀 더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껍데기는 가라’던 신동엽 시인의 절규처럼 2019년 암울했던 한 해를 보내며 “아듀 2019, 허깨비들아, 껍데기들아 가라” 목청 높여 외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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