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일본과 중국이 최근 밀월 관계를 이루며 동북아의 새판짜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제외한 중·일·러의 밀월이 본격화될 경우 동북아시아에서의 한국의 입지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지난해 연말(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끝난 후 이튿날 아베 일본 총리가 리커창 중국 총리의 안내로 세계문화 유산인 쓰촨성의 수리 관개 시설 두장옌을 둘러봤다. 이날 양국 총리는 5시간가량 함께하며 오찬과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양국 언론들이 밝혔다. 이날 리커창 중국 총리는 아베 총리에게 “오늘 안내는 진심으로 대접한 것”이라고 말하자 아베도 “시찰에 동행을 해주시고 점심까지 초대해 주신데 대해 감사하고 따뜻함을 느꼈다”고 화답을 했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중·일 두 총리가 하루해를 함께 보내며 친목을 가진 반면 아베와 같은 날 방중했던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3국 정상회담 직후 귀국을 했다. 아베는 하루 더 머물며 중국 측의 환대를 받으며 리커창과의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리커창 중국 총리의 이번 아베 안내는 지난해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의 때 이 회의에 참석한 리커창 총리를 아베가 직접 안내를 하여 홋카이도의 도요타 자동차공장을 함께 둘러보며 우의를 두텁게 한 것에 대한 답례로도 볼 수 있으나 국제 전문가들은 답례 이상의 정상 간 밀접한 교류로 볼 수 있다고 해석을 하고 있다. 그때도 문재인 대통령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귀국을 했고 아베는 리커창을 안내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방중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국빈으로 초청해 내년 4월 시진핑의 방일을 약속받았다. 우리 정부도 중국 측에 시 주석의 방한을 요청했으나 시 주석으로부터 확실한 언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일의 밀월 행보는 아베의 ‘인도·태평양 확대전략’과 시진핑의 ‘일대일로’ 정책이 맞부딪히는 오월동주(吳越同舟) 관계로 양립이 어렵게 보이나 세계 경제 2, 3위 대국 간의 ‘새 동북아 플랜’을 위한 손 잡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여 진다. 여기에 중·러의 동맹이 보태지면 동북아 3국 간과 한국과의 관계위치는 어떻게 되나? 사드 사태로 아직도 한중관계는 매듭을 완전히 풀지 못하고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일 관계는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사태로 외교관계가 상(傷)할 대로 상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지소미아 여파로 한미관계도 서먹해져 트럼프로부터도 신뢰성을 의심받는 처지가 된 데다 북한 김정은으로부터도 ‘삶은 소 대가리’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중재자로서의 인정도 받지 못하고 불신의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미·중 관계는 지난 연말에 수개월째 끌어온 제1단계 무역협정을 타결함에 따라 앞으로 미·중 간의 밀월 관계도 점쳐지고 있다. 이런 얽히고설킨 동북아의 국제관계에서 대한민국이 손을 잡고 미래를 협의할 국가는 현재로써는 보이질 않는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했나. 오직 두드러져 보인 것은 좌파 정권의 장기집권을 위한 국내 좌판 깔기에 몰두해 온 것은 아닌가. 문 정권 2년 반 동안 국민은 조국사태로 좌우 진영으로 갈라지고 문 정권이 집권과정에서 신세를 진 민노총의 불법 과격시위에 눈을 감으면서 ‘민노총 세상’을 만들었다. 이제 민노총이 대한민국 노동권력의 정점에 서게 됐다. 사법권력에도 큰 변화가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대법원장과 대법관 9명이 임명됐다. 이들 모두 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다. 헌법재판소도 재판관 9명 중 8명이 문 대통령 임기 내에 모두 임명된다. 최근 대법원의 ‘백년전쟁’의 파기환송 사례에서 보듯 사법권력의 이념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입법부도 연말에 ‘4+1 협의체’라는 야합기구를 만들어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통과시켜 문 정권의 ‘아귀’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드디어 좌파정권의 좌판이 완성되고 있다. 문 정권이 장기집권의 판을 까는 동안 중·일·러 3국은 이미 동북아 새판짜기에 들어갔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나. 근세 중국의 사상가 양계초가 자국 지식인을 향해 쓴 ‘방관자를 꾸짖노라’는 글이 새삼 절실해진다. 새해에는 국민 모두가 후대를 위해 방관자의 허물을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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