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옮긴다고 표 받나…대선주자급 유력 정치인이나 가능"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
당 대표로부터 3일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받은 자유한국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강한 반발이 터져나왔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광화문 장외집회에서 “우리 당에 중진 의원들 계시는데, 중진 의원들께서도 험한 길로 나가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체적 지역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저부터 앞장서겠다. 올해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한국당에서 중진 의원들을 향한 험지 출마 요구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총선기획단 차원에서 지난달 17일 ‘당 대표급 중진들의 전략적 지역 출마’를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황 대표의 이날 발언이 주목되는 까닭은 공천권을 쥔 당 대표가 공개된 자리에서, 그것도 자신이 먼저 험지에 나서겠다면서 중진 의원들도 따라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일단 험지 출마가 요구될 ‘중진’이 누구인지, 이들이 출마할 ‘험지’는 과연 어디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통상적으로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는 3선 이상을 중진(重鎭)으로 분류하지만, 당내 회의 참석 기준으로는 4선 이상이 중진이다.

‘험한 길’로 나서 달라는 의미는 현재 지역구가 당의 ‘텃밭’으로 인식되는 의원을 의미한다. 한국당의 경우 영남권이 먼저 꼽힌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이에 대해 “40∼50일 전에 중진 의원이 그 지역에 출마한다고 민심을 거저 얻으리라 여기면 오만”이라며 “겉멋 부리다가 선거 망친다. 지역구에 초·재선만 남으라는 건가”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예로 들었다. 지난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해 새누리당(현 한국당) 오세훈 후보를 꺾었던 정 의원의 경우 민주당 방침에 따라 2년 전쯤 종로로 출마지를 정하고 표밭을 갈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지역에서 중진 갖고는 안 된다.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대표급이나 대선주자급에 해당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결국 황 대표의 언급처럼 단순히 선수(選數)만 따져선 안 되고, 대선주자급 유력 정치인이 험지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 경우 홍준표 전 대표나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 먼저 거론될 수밖에 없다.

영남권의 다른 중진 의원은 “옛날 영남이 아니다. 민주당 전국 지지도가 30∼40%는 되는데, 거기서 판이 깨지면 누구한테 유리하냐”며 “영남 중진들을 다 없애면, 영남에선 정치 지도자가 나오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황 대표를 향해 “자기가 험지에 출마하겠으니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하는 게 어느 시대 정치인가”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영남권 중진 의원은 “당 대표가 모범을 보일 테니, 중진들도 따르라는 좋은 말씀”이라면서도 “선거 판세를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 비(非)영남권 중진 의원은 “과반 의석이 안 되면 책임지겠다고 했던 황 대표로선 수도권에 올인할 수밖에 없고, 모든 걸 던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