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五里)만 더 걸으면 복사꽃 필 것 같은
좁다란 오솔길이 있고,
한 오리만 더 가면 술누룩 박꽃처럼 피던
향(香)이 박힌 성황당나무 등걸이 보인다
그곳에서 다시 오리,
봄이 거기 서 있을 것이다
오리만 가면 반달처럼 다사로운
무덤이 하나 있고 햇살에 겨운 종다리도
두메 위에 앉았고
오리만 가면
오리만 더 가면
어머니, 찔레꽃처럼 하얗게 서 계실 것이다




<감상> 그리움은 냄새로 배어나고, 그 냄새가 나를 이끈다. 그리움의 길에는 이정표가 있고, 그 이정표에는 꽃으로 가득하다. 복사꽃이 필 것 같은 오솔길, 술 빚는 냄새가 박꽃처럼 피던 성황당, 종다리 소리 등이 몸에 익은 것들이다. 그리움의 공간은 오감(五感)이 모두 작용하기에 시인은 ‘오리(五里)만 더 가면’을 속으로 되뇌는 것이다. 결국 그 길의 끝에는 어머니가 찔레꽃처럼 하얀 소복을 입고 서 있을 것만 같다. 어머니를 만날 수 없기에 그리움은 더 간절하고, 그리움의 냄새들은 내 몸에 지도를 새기고 만다. 우리의 몸속에는 연어처럼 모천회귀(母川回歸)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더 그러하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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