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경북일보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0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지난해 2019년에는 아쉬움이야 남겠지만 우리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존경합니다. 2020 경자년에도 더 건강하고,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을 많이 만들어 가시길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 경북일보가 유익하고도 알차고 신속한 새 소식을 전하고, ‘경북포럼’ 등을 통하여 문화발전은 물론 도민의 가슴에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인 줄 압니다.

2020년에는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더욱 분발하여 ‘좋은 신문 만들기’는 물론 경북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이바지하리라 믿습니다.

2020 경자년은 흰색 쥐띠의 해라고 합니다. 쥐는 풍요와 다산, 부지런함과 영리함을 의미하는 동물이요, 흰색은 밝음을 나타냅니다. 쥐는 강한 생명력과 생활력, 먹을 복을 지닌 동물입니다. 쥐의 해에 더욱 건강하시고 왕성하게 활동하시어 경제적으로 큰돈을 버시고, 사회적으로도 크게 성취하시길 빕니다.

어렸을 때 내가 거처하는 방 한구석에는 겨울 내내 벼(나락) 가마니가 놓여 있었습니다. 쥐들이 용케 알고 벽 밑으로 구멍을 뚫고 들어와 곡식을 먹고 또 물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녁마다 쥐를 쫓아내거나 방망이를 들고 쥐를 잡으려고 여기저기를 두드리며 부산을 떨었습니다. 쥐가 곡식을 축내는 것도 아까웠지만 까먹은 껍질이 방을 어지럽히기도 했고, 쥐구멍으로 군불을 땐 연기가 들어와 목이 메케해졌으며, 걸어놓은 옷까지 그을음으로 더러워졌습니다.

어쨌든 쥐가 얄미웠습니다. 가마니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쥐잡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잡은 쥐의 꼬리는 잘라 학교에 가져가야 합니다. 가장 쉽게 쥐를 잡는 방법은 쥐가 들어온 구멍에 자루를 대 놓고 쥐를 쫓으면 쫓기던 쥐가 엉겁결에 자루 속으로 들어갑니다.

쾌재를 부르며 쥐잡기 놀이를 마치게 되지만 어떨 때는 궁지에 몰린 쥐가 손가락을 물고 놓지 않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때 ‘아야!’ 하고 고함치며 쥐를 놓치게 됩니다. 그때마다 할머니께서 ‘아야!’라고 고함치지 말고 ‘천석!’하고 외치면 천석꾼부자(富者)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쥐에게 몇 번 물린 적은 있어도 한 번도 ‘천석’이라고 외쳐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부자 소리를 못 듣고 삽니다.

나는 그 시절 두 가지를 배웠습니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뿐 아니라 사람을 물고 늘어진다는 사실을.

할머니께서 “도둑이 들어왔을 때 꼭 잡으려 하지 말고 쫓아내어라”고 하시던 말씀의 의미도 같은 맥락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쥐에게 물린 순간에 “아야!”소리가 아닌 “천석!”하고 외치면 부자가 된다는 말씀 속에는 다급한 순간에도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음을 배웠습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의미도 함께 알았습니다.

2020 경자년에도 사회적, 정치적 갈등이 멈출 것 같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갈등이 아니라도 인간관계에서 상대를 지나치게 몰아세우는 일을 삼갔으면 참 좋겠습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핵을 포함한 남북한 문제는 물론, 4차산업으로 급물살을 타는 변화 속에서 정신 줄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년은 십이지의 시작인 쥐의 해입니다. 흰쥐는 우두머리 쥐입니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를 지닌 우두머리 쥐의 힘입니다.

경제난과 갈등을 뛰어넘어 희망과 풍요를 기약하는 광명이 이 땅 구석구석 환히 비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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