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나무가 우거진 강기슭에서 토끼들이 잠을 잤다. 토끼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야자 열매가 강물에 떨어져 큰 소리를 냈다. 겁 많은 토끼들이 소리에 놀라 허겁지겁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여우가 황급히 달아나는 토끼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도망치니?” “큰일 났어! 무서운 짐승이 우리를 쫓아오고 있어” 토끼의 말이 떨어지자 여우도 달아나기 시작했다. 늑대가 자다 말고 토끼와 여우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빨리 도망쳐. 무서운 짐승이 쫓아오고 있어” 이렇게 해서 숲 속에 살고 있던 사슴, 노루, 곰을 비롯해서 호랑이까지 덩달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숲 속의 대탈출에 놀란 사자가 달아나는 짐승들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야단법석들이냐?” “무서운 짐승이 쫓아와요. 숲 속의 왕이시여! 우리를 구해주소서” 사자가 호랑이에게 물었다. “무서운 짐승이 어떻게 생겼더냐?” “ 보지 못했지만 무서운 소리가 났다고 합니다.” “어떤 소리인데?” “그기까진 잘 모릅니다. 코끼리한테 들었을 뿐입니다.” 사자는 각 짐승들에게 차근차근 물어봤다. 결론은 토끼한테서 들었다는 것이었다. 사자는 토끼를 불러 물었다. “무슨 소리더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였습니다. 너무나 무서워서 돌아볼 수 없었습니다.” 사자는 토끼를 앞세우고 강기슭으로 가 어디서 어떻게 소리가 난 것인지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야자 열매 하나가 강물에 떨어져 풍덩 소리를 냈다. 토끼들은 깜짝 놀라 다시 달아나려고 했다. 그 때 서야 사자를 비롯한 모든 짐승들은 토끼가 놀란 까닭을 알고 한바탕 웃었다.

“앞으로 무엇이든지 잘 살펴보고 행동해야 하는 것을 명심하라” 사자가 토끼에게 충고했다. 다른 짐승들에게도 경고했다. “그 까닭을 알아보고 판단하기 전에 지레 겁을 먹고 달아난 너희들의 경거망동도 다시 되풀이 안되도록 하라”

사물을 잘못 알거나 그릇 판단하면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다는 것을 가르치는 우화다. 7000억 원을 들여 전면 보수, 멀쩡해진 월성원전 1호기에 영구정지 사형선고는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를 본 후 탈원전 결심이 화근이다. 야자 열매 소리에 놀란 ‘토끼우화’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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