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통합추진위원회' 구성 본격화…안철수계 등 중도세력 '시큰둥'
총선 주도권 놓고 물밑다툼 치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 심재철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연합

4.15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 및 중도 진영 내 ‘빅텐트’를 치자는 야권발 정계개편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총선 승리를 위한 통합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통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모든 세력이 각자 자신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주도권을 둘러싼 물밑 다툼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통합 대상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유승민 의원이 주도하는 새보수당,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치세력, 신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이정현·이언주 의원, 우리공화당, 국민통합연대 등이다.

현재 정계개편 논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체제를 유지한 통합을 전제로 다른 정당과 정치세력들이 ‘보수의 큰 집’에 모이는 통합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황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공식화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세력의 뿌리 정당인 한국당이 앞장서서 통합의 물꼬를 트겠다”고 밝혔다. 이는 보수통합의 키를 한국당이 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통합 대상 세력들과 직·간접적인 접촉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이언주 의원을 직접 만났다고 한다. 또, 당 핵심 인사들을 통해 새보수당과 우리공화당과도 통합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6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도 통합 논의는 두루 추진하고 있었다”며 “황 대표가 이달 말까지는 통합해야 한다고 했으니 (조만간)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우리공화당의 경우 탄핵에 찬성한 한국당 현역 의원들 중 김무성·유승민 의원과 함께 하는 통합은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는 입장이지만,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비한 위성정당 몫을 우리공화당에 준다면 연대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새보수당과 안철수계는 한국당과는 다소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전날 공식 창당한 새보수당은 유승민 의원이 앞서 제시한 ‘보수 통합의 3대 원칙’(개혁보수·탄핵의 강 건너기·새집 짓기) 가운데 ‘새집 짓기’를 한국당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통합 성사의 최대 변수로 보고 있다. 황 대표가 개혁과 혁신을 보이는 차원에서 당권을 내려놓아야 통합비상대책위원회든 통합추진위원회든 참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 새보수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통합에 대한 한국당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어, 한국당 주도의 통합추진위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을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져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대표의 경우 당장 세(勢) 불리기만을 위한 한국당과의 ‘묻지마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치 입문 후 꾸준히 중도·개혁 성향의 실용주의 정치를 주장해온 만큼, 귀국 후에도 ‘제3지대’에서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주도하면서 양극단의 대결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의 표심을 사로잡겠다는 구상을 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통합을 둘러싼 보수·중도 진영 내 물밑 신경전의 이면에는 총선에서의 ‘공천 지분’ 등 이해득실 계산은 물론이고, 총선 이후 정계 주도권까지 염두에 둔 치밀한 수 싸움이 깔렸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총선에서부터 주도권을 잡아야 향후 보수 진영의 독보적 대권 주자로 올라서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치권에선 황 대표가 최근 ‘수도권 험지 출마’ 카드를 꺼내 든 것을 두고 자신이 직접 수도권 격전지의 한강벨트를 진두지휘함으로써 총선에서 ‘보수의 바람’을 일으키고 총선 이후 보수진영 내 주도권을 계속 쥐겠다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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