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교수
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교수

사람의 하루는 선택에서 선택으로 끝난다.

새벽에 눈을 뜨면 물 한 잔 마시고 화장실에 갈 것인지 화장실에 다녀와서 물 한 잔 마실 것인지, 저녁에 침실에 들어서는 바로 잘 것인지 내일 일을 잠시 생각해 본 후 잘 것인지. 어쩌면 사람의 하루 일상은 자체가 선택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자유의지 절대책임”을 강조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말과 행동을 선택할 수 있으니 그에 따른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유의지를 통해 자기 자신을 정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 행위의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이 절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애국지사 안중근, 살인마 김대두. 그 둘은 모두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사람의 목숨을 끊는 행위를 선택하였고 그 결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안중근 의사는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여순(旅順) 감옥에서 재판을 받을 때 판사에게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고 조선 독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여 내가 하고 싶어서 했다는 의미의 말을 남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의 행위는 우리 민족의 가슴에 영원한 애국자로 자리를 잡고 있다. 반대로 김대두는 법정에서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내가 하고 싶어서 사람을 17명이나 도끼로 죽였다는 유형의 말을 남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의 행적을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은 그를 희대의 악마로 기억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스스로 판단에 따라 동일한 유형의 선택을 하였지만 행위의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평가는 극명하게 다르다.

2019년 한 해를 돌아보면,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문제로 국민이 반반으로 나누어 졌다. TV 앞에서도, 식탁에서도, 광화문 네거리에서도, 서울시청 광장에서도,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도 반반으로 나누어진 국민은 “네 탓이오, 네 탓이오.”를 외쳤다. 2019년도에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무엇이 다수의 뜻이고 무엇이 소수의 뜻인지 분간하기 참 어려운 지난 한 해였다.

2019년도를 보내며 대학교수들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였다. 이 용어에 등장하는 새(鳥)는 아미타경(阿彌陀經) 등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새다. 이 새는 몸은 하나지만 머리가 둘인데 두 머리는 활동 시간이 각각 낮과 밤으로 서로 달랐다. 그런데 둘 중의 하나가 다른 하나를 시기하여 독이 든 열매를 먹음으로써 한 몸인 공동운명체였던 새는 결국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공동운명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용어다.

교수들이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은 것은 2019년 한 해 동안 일어난 우리 사회의 극한 대립이 국민들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2020년도에는 우리 국민이 공멸하는 길을 택하지 말고 상생하는 길을 택하길 바라는 소망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개인의 행위는 선택의 결과이며, 선택은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니 남의 탓만 하지 말고 내 탓도 하면서,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를 배려해야 건전한 사회 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고 소망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2020년에는 총선이 있다.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할 일군을 뽑는 선택이다. 이 국민적 선택 앞에서 지나친 자기중심주의와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상대의 생각과 판단도 존중하고 이해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보수를 지향하던 진보를 지향하던 모두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바라고 있다. 모두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공동운명체다. 선택의 결과가 분열이 아니라 통합과 배려가 되는 해여야 한다. 남의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나의 선택은 나의 “자유의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행위의 결과에 대해서는 내가 “절대책임”을 지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의 이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사익추구형, 모든 일을 자신이 다 했다는 성과착취형, 무엇이든 다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루이 14세형, 국민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권위주의형,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분열주의형, 국민보다는 당을 우선시하는 정당바라기형. 이런 유형의 후보자는 선택에서 배제하여야 한다. 어려운 국민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진 대표를 뽑아야 한다.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경자년(庚子年)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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