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현 원장
백상현 원장

요즘과 같이 추운 날씨를 표현할 때 ‘입이 돌아갈 만큼 춥다’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이렇게 입이 돌아가는 증상은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에 해당하는데, 이는 우리에게 구안와사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확히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란 입과 눈 주변 근육이 마비돼 한쪽으로 비뚤어지는 질환이다.

실제로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한랭성, 환절기성 질환으로 볼 수 있다. 갑작스레 낮아진 온도변화로 인해 자율 신경계에 교란이 생겨 면역력이 약해지고 얼굴 근육과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름철 과도한 냉방기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안면신경장애 환자는 지난 2014년 6만9226명에서 지난해 8만5450명으로 5년새 약 23%나 증가했다. 과거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노인성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 들어 50대 미만 연령층 환자들의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인들의 누적된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의 특징은 얼굴 변형 이외에도 안면 근육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마에 주름 만들기, 눈 감기, 입 꼬리 올리기, 코 찡그리기 등이 어려워진다. 양치를 하거나 음식을 섭취할 때 마비된 쪽으로 음식물이 새어 나오는 경우도 많다. 증상이 이와 유사하지만 이마 주름이 잘 잡히거나 눈 감는 게 불편하지 않다면 뇌졸중이나 뇌종양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추성 안면마비(중풍)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회복이 늦어질 경우 변형됐던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초기 증상이 발견됐을 때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 침, 약침 등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를 치료한다. 추나요법의 경우 전신을 살펴 불균형을 교정하고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켜 신체 면역력을 높이고 저하된 혈행을 촉진시킨다. 침치료는 기혈 순환을 조절해 안면부의 손상된 신경과 근육 기능의 회복을 돕는다. 약침은 정제된 순수 한약 성분을 경혈에 주입해 안면부의 소염, 진통, 면역강화, 순환촉진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환부를 차가운 곳에 노출하거나 찬바람을 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한 평소에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면역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충분하고 규칙적인 수면시간과 영양섭취가 필요하다.

또한 말초성 안면신경마비 환자는 눈을 감기 어려워 안구가 쉽게 건조해질 수 있으니 생리식염수, 인공눈물 등으로 눈을 촉촉하게 해줘야 한다. 환부의 혈액순환을 개선하기 위한 마사지와 마비된 쪽 얼굴에 온찜질을 해주는 것도 증상 완화에 좋으며 평소 틈틈이 얼굴을 움직여 가볍게 안면 근육 운동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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