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구 에스포항병원 뇌·혈관병원장
강연구 에스포항병원 뇌·혈관병원장

일반적으로 뇌혈관 질환이란 뇌출혈과 뇌경색을 포함하는 뇌졸중과 뇌혈관 벽이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 등을 떠올리게 된다.

이런 뇌혈관 질환은 대부분 후천적인 요인으로 갑자기 발생하지만, 선천적인 뇌혈관의 기형으로 발생하는 질환도 있다. 바로 ‘뇌동정맥 기형’이다.

뇌혈관은 임신 4주에서 12주 사이의 태아에서 동맥과 정맥이 분리돼 발달하면서 중간에 모세혈관이 같이 형성된다.

이때 동맥·정맥의 혈관이 분리되지 못하고 모세혈관 없이 동맥과 정맥이 직접 연결되면서 주위에 비정상적인 혈관들이 자라는 경우가 있다.

위와 같은 비정상적 혈관 덩어리를 ‘뇌동정맥 기형’이라 부른다.

뇌동정맥 기형의 중심부는 기형핵인데, 비정상적으로 붉은색을 띠는 정맥이 외관상 특징이다.

기형핵의 혈관 벽은 정상 혈관보다 가늘기 때문에 뇌출혈의 위험성이 높다.

간질 및 전간이라고 불리는 뇌전증의 발생 빈도 또한 높다. 약 25세 전후에 많이 발생하며 뇌동정맥 기형의 크기가 클수록 나타나는 증상이 많아진다.

이 밖에도 뇌동정맥 기형 자체가 주위의 신경조직을 눌러 삼차신경통과 같은 증상이 발생하는 덩어리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고, 주변의 정상 뇌 조직이 혈류를 빼앗기며 허혈에 의한 편마비·언어장애·감각 이상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0.14%가량이다. 남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며, 20대에서 40대 사이에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뇌동정맥 기형의 진단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진다. 급성기 검사인 뇌 CT(전산화 단층 촬영)를 비롯해 더 자세한 해부학적 정보를 얻기 위해선 MRI(자기공명영상) 또는 MRA(자기공명혈관조영영상) 등을 실시하기도 한다.

더욱 확실한 진단을 위해서는 해부학적 상호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뇌혈관 조영술이 필요하다.

진단을 통해 뇌동정맥 기형이 발견되면, 출혈을 방지하고 정상 뇌 조직으로 혈류를 보내기 위한 치료로 이어진다.

환자의 상태·나이·뇌동정맥 기형의 위치 및 크기·유입 동맥 및 유출 정맥의 상태 등을 다양하게 고려한 치료법이 결정된다.

뇌 표면 근처에 위치한 작은 동정맥 기형의 경우에는 미세수술적 제거가 가능하다.

하지만 뇌의 중요 기능이 있는 부위거나 깊은 곳에 발생한 3㎝ 이내의 기형일 경우,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뇌를 직접 건드리지 않고 치료한다는 장점이 있어 환자의 나이나 건강상태 등 수술이 불가능할 때도 감마선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치료 효과를 보려면 2∼3년의 기간이 필요해 그 동안 출혈의 위험성이 있고, 방사선으로 인한 뇌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미세수술적 제거보다 덜 침습적인 방법으로는 혈관 내 색전술이 있다.

혈관 안에 도자를 집어넣고 색전 물질을 기형핵에 주입해 기형 혈관을 막는 방법이다.

이 또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동정맥 기형에 제한이 있고 막아 놓은 부위가 다시 뚫릴 수 있어 대부분 수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행하거나, 다른 치료법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지만 뇌동정맥 기형은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뇌혈관 질환이기 때문에 예방할 방법은 없다.

다만 혈압 관리를 통해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 위험을 줄이고, 뇌졸중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조기에 뇌혈관 검사를 시행해보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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