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자유기고가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해서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어야 합니다. 기필코 제철소를 성공시켜 나라와 조상의 은혜에 보답합시다.”

생전에 철강신화를 이뤄낸 故 박태준 포스코 회장이 한 말이다.

영일만 바다에 빠져죽을 각오로 만든 포항제철소는 대한민국을 산업보국으로 만들고 세계1위의 철강회사인 포스코로 거듭나 국가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아직까지 해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영일만 기적’이라 부른다. 그 후 포항에는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났고 포항공대와 R&D기관들로 인해 고급인재를 양성하는 도시가 되었으며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막스플랑크연구소,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이 있어 산·학·연이 잘 조화된 도시로 성장하였다.

‘포스코 신화’에 가려서 그렇지, 사실 포항은 장기면의 후기 구석기 유물 및 칠포리 암각화를 비롯해 430여기의 고인돌과 국내 최고(最古)의 신라 금석문이 발견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의 도시이다. 또한 ‘연오랑 세오녀 설화’에서 알 수 있듯 일본에도 영향을 끼친 고대 해양역사문화의 중심지이자 신라가 동해안으로 진출하는 전초기지였다. 남사고, 이성지 등 조선시대 풍수가들의 포항지역 예언이나 호미곶을 일곱번이나 답사한 ‘고산자 김정호’와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 스토리텔링들은 포항의 또 다른 문화유산이며 오천에 살았던 ‘포은 정몽주’의 얘기도 포항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찬란한 문화와 역사가 잉태된 땅, 포항은 6.25 전쟁 때 나라를 위해 희생한 ‘학도병’들의 위대한 정신을 기반으로 성장해 철강신화를 이뤄냈고 옛 물길을 복원하여 ‘포항운하’를 탄생시켰으며 이제는 영일만항과 크루즈를 통해 환동해를 향한 새로운 역사를 쓰려고 한다.

최근 포항은 영일만관광특구가 되고 압도적인 1위로 법정문화도시로 최종 선정되어 산업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지방 최고의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포항은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지역 문화’가 도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게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생산해야 하며 그 중심 이미지는 포항의 트렌드 마크인 ‘빛’이 되어야 한다. 불빛축제의 원조격인 포항국제불빛축제를 경주, 울산, 영덕 등 타 도시들과 연계하여 국가 주관의 환동해불빛축제로 확대시켜야 하며, 영일대나 포스코 야경을 향후 건설될 영일만횡단대교와 연계하여 ‘국내 최고의 야경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 포항은 ‘환동해의 빛’이 되어야 한다. 유라시아대륙의 끝자락과 환동해가 만나는 ‘지정학적 자산’을 활용해 ‘환동해 브랜드’를 선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부처 산하 환동해산업청 신설이나 국립환동해역사박물관 또는 환동해문화청을 설립 추진하여 포항에 유치해야 한다. 환동해는 미래의 먹거리다. 포항의 역사·문화적 DNA로, 영일만 신화를 이루었다는 자신감으로, 영일만을 뛰어넘는 ‘환동해의 기적’을 이뤄보자.

문화는 국력이라고 한다. 1등 법정문화도시답게 문화로서 대한민국의 신화를 만들어 보자. 우리는 성공의 경험을 가진 포항이니까 할 수 있다. 문화도시, 우리는 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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