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는 존재는 인간에 의해 의식되든 않든 간에 그 자체로 본래부터 존재한다는 ‘즉자(卽自·an sich)론’을 펴 ‘실존주의 철학자’로 불린다. 196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사르트르가 선정됐다. 그는 “모든 공적인 훈장과 명예를 거부한다”며 상을 거부했다. 작가는 자신의 수단인 글을 통해서만 행동해야지 어떤 기관이나 제도에 편입돼서는 안 된다는 소신이었다.

사르트르 보다 앞서 1958년 ‘닥터 지바고’를 쓴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도 노벨 문학상 수상을 거부했다. 노벨상 제정 이래 첫 수상 거부에 스웨덴 한림원은 당황했다.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는 주인공 유리 지바고가 러시아 혁명기 혼란 속의 방황을 그렸다. 당시 소련에서는 혁명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출판이 금지됐다. 결국 ‘닥터 지바고’는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판돼 18개 국에 번역됐다.

노벨상 수상이 결정된 뒤 자국 사회상을 담은 이 소설에 분노한 소련작가동맹이 파스테르나크를 제명하고, 정부도 그를 추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파스테르나크는 결국 “조국을 떠나는 것은 내게 죽음과 같다”는 탄원서를 전하고 노벨상 수상을 거부했다.

국내에서도 2001년 인촌상 문학부문 수상을 거부한 작가 최인훈의 사례가 있다. 최근에는 시인 김사인이 창작과비평사가 주관하는 만해문학상 수상을 거부했다. 김 시인은 창비 편집위원인 데다 예심 추천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스스로 수상을 거부했다.

이번에도 또 박완서, 이문열, 은희경, 김훈, 한강 등 한국 문학의 대표작가들이 수상한 권위의 이상문학상 수상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상의 주관사인 출판사에 작품 저작권을 3년 간 양도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우수상 수상 예정자이던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가 이 같은 저작권 문제를 이유로 수상을 거부했다. 반세기 가까이 구축해 온 상의 권위가 크게 훼손됐다.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콩쿠르는 ‘돈으로 권위를 사지 않고 액수로 명예를 치장하지 않겠다’는 제정 취지를 자랑한다. 콩쿠르 상금은 10유로, 우리 돈 만3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문학이 자본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 문학상은 작가의 노고를 위로하고 권리와 명예를 존중해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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