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희 징금다리

나무 그늘 아래 낮은 개울가

저만치 소녀가 앉았던 징검다리

소년의 눈을 열면 모두 다 보이는데



<감상> 디카시(디지털카메라+시)는 한국시의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은 지 15년이나 되었고,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라고 한다. 5행 이내로 쓰는 디카시나, 보편적인 시나 순간의 미학이라는 점에서 같게 느껴진다. 다만 순간 포착이라는 사진이 첨가되었을 뿐이다. 시적 순간을 놓치면 시가 달아나기 때문에 번뜩이는 착상(着想)이나 기지를 가져야만 눈에 보인다. 시인은 징검다리를 보고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떠올렸을 것이다. 건너편에 첫사랑인 소녀가 앉아 있을 것만 같은 착상에서 시적 언어로 표출한 것이다. 소년의 순수한 눈으로 보면 첫사랑도, 사물의 순수한 마음도 모두 다 보인다. 첫사랑을 떠올릴 때만큼은 우리는 순수한 소년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언제부터 우리는 시를 쓰지 않았고 시를 읽지 않았나. 순수한 소년의 눈을 닫으면 우리에게서 시는 떠나간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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