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는 죽기 전 제갈공명을 불렀다. “새는 죽을 때 그 소리가 슬프고, 사람은 죽을 때 말이 어질어진다”면서 “일단 내 아들 유선을 임금 자리에 올리시오. 섬겨 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거든 폐위시키고 그대가 그 자리에 앉으시오.” 유언을 남겼다.

제갈량에게 유언을 전한 유비는 아들 유선을 불러 유언했다. “선한 일은 작다 해도 하지 않아서는 안되고, 악한 일이 작다고 해서 저질러서는 안된다.(勿以善小而不爲 勿以惡小而爲之)” 아무리 작은 악 이라도 도리에 어긋난 일은 저지르지 말라고 당부했던 것이다.

“하지 않을게 있다는 것은 가릴 것을 아는 것이다.(有不爲知擇也)” 맹자는 사람은 하지 않는 게 있은 뒤에야 하는 게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야 할 것 보다 먼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생각하라는 가르침이다.

“인생은 B로 시작해서 D로 끝난다. 그러나 B와 D 사이에 C가 있다”는 말이 있다. B는 탄생(Birth), D는 죽음(Death), C는 선택(Choice)의 머리 글자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으로 이뤄진 삶이다. 올바른 선택은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부터 먼저 가려야 참된 일을 할 수 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악이 아무리 작다해도 용납해서는 안된다.

하루는 주나라 왕이 참모인 강태공에게 자문을 구했다. “천하는 넓고 넓어서 한 번 가득 찼다가 비위지고 한 번 잘 다스려지다가 어려워지는데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그 나라 임금이 현명하고 그렇지 못한 차이 때문입니까? 아니면 하늘의 시운이 바뀌어서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화와 복은 임금에 달려 있지 하늘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禍福在君 不在天時)” 그 나라의 국운과 성쇠는 통치자의 지혜와 올바른 판단과 선택에 달려 있지 하늘에 달려 있지 않다는 강태공의 대답이었다.

문재인 정권의 가장 큰 문제는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밀어붙이는 무모정치다. 이 때문에 국정 전반이 무너지는 판국에 청와대 국정농단 수사 검사들을 좌천시킨 ‘인사쿠데타’로 국민을 참담하게 만들었다. 국민의 이목을 짓밟은 직권남용의 폭거가 정권의 치명타가 될 지도 모른다. 도리에 어긋나면 먼저 하늘이 용서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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