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바라보면 붉은 띠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노란 사막
허위허위 밀고 끌며 온몸을 던져
무엇하러 왜 여기까지 왔나
이 높은 모래 언덕 위에 누워 묻는다
누워 대답한다 처음을 찾으러 왔다
처음은 죽음, 끝은 생명
처음과 끝이, 죽음과 생명이
하나라는 것을 배우러 왔다
사막은 나, 나는 사막
서쪽 하늘 멀리
붉으면서 노란 해가 지고 있다
노라면서도 붉은 해가 뜨고 있다
붉은 것은 노란 것에서 나오지



<감상> 노래하는 모래산 홍그린엘스에 나는 가보지 못했다. 어느 여행지에 가든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왜 여기 있는지를, 처음과 끝은 어디인지를. 그런데 처음과 끝을 구분하는 것은 인간의 분절적인 언어일 뿐이다. 애초에 자연은 처음과 끝이 없는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섭리에 따라 돌아간다. 인간들이 몸만 바꾸면 삶과 죽음이 뒤따른다. 생과 사를 아침 저녁으로 하는 것이 인간의 현 모습이 아닌가. 다만 살아 있는 동안 범인(凡人)들은 내려놓는 연습을 하지 않으려 하고, 실행하는 것 또한 어렵다. 죽을 때까지 추한 욕망을 움켜쥐고 남을 착취하는 이들은 고비사막 홍그린엘스로 가보라. 붉은 것은 노란 것에서 나오고, 붉은 것은 파랑을 불러들이는 모습을 보고, 방하착(放下着, set down)을 배울 일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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