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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포럼] 천국이 있다면 그것은 도서관
[경북포럼] 천국이 있다면 그것은 도서관
  •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
  • 승인 2020년 01월 13일 15시 2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1월 14일 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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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

미국의 남북 전쟁이 발발한 직후에 볼티모어 흑인 대표단이 링컨을 찾아왔다. 그들은 경애의 표시로 성서를 선물했다. 링컨은 신앙심 돈독한 지도자. 전황이 격화되면서 곤경에 처할 때마다 예언서와 시편을 펼쳤다. 그는 말했다. 이 위대한 책자는 신이 인간에게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고.

인류 역사상 으뜸가는 베스트셀러는 단연 성경이다. 영어 ‘Bible’은 지중해 동부의 고대 페니키아 항구 도시인 ‘비블로스’에서 파생했다. 당시 이집트 파피루스는 이곳을 거쳐 에게 해 일대로 수출됐다.

파라오 시절 나일 강 삼각주에는 갈대 식물인 파피루스가 흔했다. 이를 기다랗게 잘라 물에 담갔다가, 눌러 펴서 햇볕에 말려 돌로 문질러 반반한 표면을 얻는다. 여기에 문자를 기록해 두루마리로 보관한 것이 파피루스 책이다. 바이블은 파피루스로 만들었다. 이는 대부분 유럽 언어에서 ‘종이’를 뜻하는 단어의 기원이 되었다.

영화 ‘미녀와 야수’는 마법에 걸린 왕자와 어여쁜 처녀가 연정을 이루는 판타지 로맨스.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여주인공은 거리를 다니면서도 서책을 펼치는 독서광이다. 온몸에 짐승처럼 털이 뒤덮인 선남은 누군가 자신을 좋아하면 마력이 풀리는 저주를 받았다. 둘은 어떻게 인연이 닿았을까.

다름 아닌 책들이 메신저 역할을 한다. 야수는 미녀에게 서재를 보여주면서 희랍어 책자도 있으니 마음껏 읽으라고 권한다. 엄청난 장서에 감동한 그녀는 셰익스피어 작품 얘기를 나누며 공감을 느낀다.

마치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만남을 빼닮았다. 음악은 두 사람을 하나로 엮은 공통의 취향. 그들은 영혼의 동반자였다. 가무음곡에 뛰어난 총비는 황제의 잠재된 열정을 불렀고, 35세의 나이 차이를 건너뛴 소울 메이트가 되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는 서양 문학사 최초이자 빼어난 걸작으로 꼽힌다.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의 쟁투를 다뤘다. 이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애독서였다. 도망간 페르시아 황제의 보석 상자를 보면서 언급했다. “나라면 그 안에 일리아스를 넣을 텐데…” 금은보화엔 도통 관심이 없는 군주였다.

16세기 베네치아는 책의 수도라 불렸다. 세계 제일의 인쇄소와 다국적 출판사를 갖춘 도회지로 서적을 번역하고 유통시켰다. 포르노 시작 ‘음란한 소네트’와 유대인 성전 ‘탈무드’ 그리고 이슬람 경전 ‘코란’이 최초로 출간됐다. 덕분에 귀족들 전유물인 지식이 대중화됐고 르네상스 정신이 널리 퍼졌다.

어릴 때 독서를 열심히 하면 커서도 공부를 잘한다. 한데 책을 읽지 않고 단지 책이 많기만 해도 학업 성과가 높다. 호주국립대와 미국 네바다대가 발표한 연구 결과다. 카프카의 글처럼 도서가 두개골을 깨우치는 도끼의 역할을 하기 때문일까.

유대인 사회엔 자녀들 교육과 서적에 관한 금언이 상당하다. 가난한 자에게 책을 빌려주는 사람은 하느님 은혜를 입는다고 여겼고, 책을 대할 때는 존중심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친다. 특히 천국을 도서관으로, 천사를 사서로 이해했다.

이는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을 역임한 소설가 보르헤스와 일맥상통한다. 그는 천상이 있다면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라 주장했다. 사실 내가 크게 공감한 표현이기도 하다. 작금 열렬한 예찬론자로 변신하는 중이다. 어느 철학가 말씀이 떠오른다. “은퇴는 자유와 해방감을 주었다. 날마다 토요일인 듯했다. 마음껏 독서하는 행복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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