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 손을 얹으면 푸른 하늘에도 나타나는 고개가 있

는 것이었습니다.

여윈 무명지를 들어 창백한 표석(標石)을 생각합시다.

생각하여도 생각하여도 마음의 여자는 화석(化石)한 지

오래였습니다.




<감상> 푸른 하늘이 물웅덩이처럼 보일 때는 구름 한 점 없고, 이마에 손을 얹을 때라 생각한다. 그러면 하늘에 그대를 떠나보냈거나 애정의 장소였던 고개가 하늘에 투명하게 비춰질 때가 있다. 그대를 생각하느라 약손가락까지 수척해지고, 사랑의 징표는 창백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 무명지에 결혼반지라도 끼워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끝내 표석들도 세월에 못 이겨 이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대를 기억할 징표는 남아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마음속에 사랑했던 여자는 내 마음을 모른 채 화석(化石)이 된 지 오래다. 화석이 되어 천년 후에나 발굴될 것이고 그때쯤 조금 내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아니면 내 마음이 화석이 되어 망부석처럼 굳어진 채로 남아 있을까.(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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