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였다
비온 뒤 아침 숲길을 걷고 있었다
천사의 눈동자로 가득한 나무를 보았다
물방울로 된 눈동자,
그 눈동자에
수천수만의 내가 비쳐 나오고 있었다
물방울 안에 돌고 있는 모습이
무지개 같았다
나무가 잎사귀를 흔들 때마다
바람의 영혼에서 솟아나는 음표처럼
물방울 속에서 찰랑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이윽고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천사의 눈에 비치면
저승에 간다는 말이 생각났다
눈부신 아침의 추락이었다



<감상> 자작나무는 나무 자체가 눈동자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천사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온 뒤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은 수천수만의 천사가 지닌 눈동자이다. 꿈에서는 천사의 꿈을 꾸기 때문에 내 모습이 거기에 찰랑거리고 있다. 바람이 무지개 빛깔을 본다. 바람이 음표처럼 찰랑거리며 연주를 하고 있다. 지수화풍(地水火風)의 마지막 단계가 바람이 아닌가. 바람이 오지 않으면 숨이 끊어지고 만다. 천사의 눈에 비치면 저승에 간다는 말, 그것은 별이 되어 저승에 간다는 뜻일 게다. 아름답고 순수한 뒷모습은 천사의 눈동자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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