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이하 주택 가격 상승 예의주시할 것…보유세 더욱 강화"
"거래세·양도소득세는 지방 재정·국민정서상 낮추기 어려워"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14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 값이 지나치게 많이 뛴 곳에 대해선 원상회복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공언하면서 고강도 대책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질문에 “부동산 투기를 잡고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일부 지역은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렵고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히 상승한 곳이 있는데, 이런 지역들은 가격이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부동산 안정화 정책의 목표가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인지, 취임 초 수준으로 낮추는 것인지 묻는 말에 대한 답변이었다.

값이 많이 뛴 서울 강남 등지에 대해선 자신의 취임 초, 즉 3년 전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질 수 있도록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회견 말미에서도 “이례적으로 집 값이 오른 곳에 대해서는 가격 안정만으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앞선 신년사에 ‘부동산 투기세력과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에 이목이 쏠린 터였다.

그러면서 “지난번 (12·16) 대책이 9억 원 이상 고가 주택과 다주택이 초점이었다”라며 “9억 원 이하 주택쪽으로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생기거나 부동산 매매 수요가 전세수요로 바뀌면서 전세값이 오르는 등 다른 효과가 생기는지 예의주시하고 언제든 보완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12·16 대책을 통해 시가 9억 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선 9억 원 초과분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20%로 낮추고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바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9억 원 이하나 9억∼15억 원 등 주택 가격의 구간별로 대출 규제를 피해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실제로 풍선효과가 확인될 경우 LTV 규제를 강화하거나 주담대를 금지하는 주택 가격 구간을 더욱 낮추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국토부는 다음달부터는 한국감정원과 함께 직접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명세나 자금조달계획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며 편법 증여 등을 잡아낼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면 상당 기간 효과가 있다가도 다시 우회하는 투기 수단을 찾아내는 것이 투기자본의 생리”라며 “지금의 대책 내용이 뭔가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더욱 강력한 대책을 끊임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언제든 추가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추가 대책이 나온다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더욱 강화될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향이 맞는다고 본다”며 “앞선 대책에서 고가·다주택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율을 인상했고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사실상 보유세를 인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2·16 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해 최대 0.8% 포인트까지 종부세율을 높인 바 있는데, 문 대통령은 이와 같은 보유세 강화 기조를 지속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거래세나 양도소득세 완화에 대해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거래세를 낮추면 지방 재정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양도세는 일종의 불로소득이기에 이를 낮추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문 대통령은 설명했다.

전세 시장의 불안이 지속할 경우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등 기존에 언급된 전세 대책이 탄력받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대책은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전셋값 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기 위해선 언론의 협조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안정에) 정부 대책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언론이 대책의 효과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보면 실제로 효과가 있고, ‘안 될거야’라고 하면 대책이 먹힐 수 없다”며 언론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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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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