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점 다 발린 조기는 항상 어머니의 몫.
가시에 머리만 달린 조기를 밥숟갈에 얹는다.

눈깔에 든 바다 속을 헤집어 한 숟갈.
조기의 먹잇감들까지 꺼내어 먹듯 입을 찢어가며 몇 숟갈.

조기의 일생을 먹는 것인지
조기의 생각을 먹는지

대가리 속에 든 것들을 곰곰 발라먹는
어머니는 대단한 미식가다.

몸통의 살점 다 발리고 난 대가리가
비로소 조기의 맛.

대가리를 먹어야 조기 한 마리 먹었다 할 수 있듯
대가리까지 먹혀야 비로소 완성되는 조기의 생,

욕망인지 허영인지
비린내 나는 영혼을 파먹는 것인지

멀쩡하게 붙어 팔딱거리는 육신을 남겨두고
제 머리통만 발라먹는 난, 뭐야



<감상> 조기는 얼마나 귀한 생선인가. 제사상이나 차례상에나 올리는 물고기이다. 식구들을 다 먹여 살리고 대가리만 남은 생선이 바로 어머니의 모습이다. 살점이 다 발린 후 대가리만 먹는 어머니는 과히 대단한 미식가일까. 식구들에게 생선의 대가리도 맛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반어의 대가이시다. 대가리까지 먹혀야 완성되는 조기의 생처럼 자신의 영혼을 식솔들에게 다 파먹혀야 생이 끝나는 어머니! 나는 왜 멀쩡한 육신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머니의 생을 이해하지 못하고 제 머리통만 발라먹었나.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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