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야권 통합은 아득하고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의 일방적 정책 독주는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로 안하무인(眼下無人) 격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여권의 무법적 횡포를 지적하며 단기필마로 좌충우돌하며 야권의 대변인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는 대표적 진보학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최근 횡보는 결기와 정의가 살아있는 지식인의 참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문 정부의 기세에 눈치를 살피며 몸보신에 바쁜 보수 지도층과 지식인들은 진 전 교수의 용기에 동조도 하지 못한 채 현실에 대한 뒷담화만 할 뿐이다. 자유민주 대한민국에서 ‘자유’ 두 글자가 사라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민주주의를 입에 달고 사는 대한민국 오피니언 리더들은 과연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청나라 말기의 사상가 량치차오(梁啓超)의 글 ‘방관자를 꾸짖노라’를 들지 않더라도 현재의 우리 현실이 청나라 말기와 조선 말기를 떠 올리게 한다. 당시 만해 한용운은 국권이 침몰 되는 1910년 ‘조선불교 유신론’이란 책에서 량치차오의 글을 인용해 국내 방관자를 호되게 꾸짖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량치차오의 6가지 방관자를 설명하면서 “천하에 가장 싫어하고 미워하며 천시할 사람은 방관자”라고 규정했다.

만해가 량치차오의 방관자를 설명한 내용을 보면 첫째, 혼돈파(混沌派). 이 부류는 물에서 놀던 고기가 잡혀 물이 끓는 솥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따뜻한 물을 봄의 강물로 오해하고, 제비가 반쯤 불붙은 집에 있으면서 오히려 해가 떠서 집을 비춘다고 착각하는 세상 돌아감을 모르는 ‘배운 무식쟁이’ 무리라고 했다. 둘째는 위아파(爲我派). 세상의 옳고 그름보다 눈앞의 손익계산에 밝고 나라가 망해도 나만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무리다. 셋째는 오호파(嗚呼派)로 현실을 탄식하면서 한숨만 쉬며 실천과 추진력이 없이 말로만 세상 걱정을 다하는 지식층이라고 했다. 넷째 소매파(笑罵派)로 항상 남의 배후에서 비웃는 말과 욕설로 뒷담화를 즐기는 부류로 남까지 방관자가 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부류다. 다섯째 포기파(抛棄派). 자신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스스로 나서지 못하는 주체의식이라고는 없는 지식층. 여섯째 대시파(待時派)로 이 부류는 세상이 돌아가는 형편을 엿보다가 곁에서 남은 이익을 얻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대세가 동쪽으로 기울면 동쪽으로 가고, 서쪽으로 향하면 서쪽으로 가는 대표적 위선자 지식층으로 방관자 가운데 가장 간교한 먹물들이라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지도층과 지식층에서 한용운이 풀이한 6종류의 방관자 부류에 포함되지 않은 보수층의 오피니언 리더가 과연 몇 명이나 되나. 문재인 정권의 좌 편향 진보정책에 쐐기를 박고 나서야 될 자유한국당은 윤석열 검찰이 단기필마로 청와대와 벌이는 혈전을 방관한 채 오는 4.15총선 공천과 당권욕에 눈이 가려져 허구한 날 집안싸움만 벌이고 있다. 국민의 범보수 통합 요구가 빗발치자 다행히 엊그제 중도·보수 통합을 위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에서 야권 통합에 대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앞길은 산 넘어 산이다. 한국당은 친박, 비박이 여전히 으르렁대고 새보수당은 유승민 의원이 한국당 중심의 당 통합은 곤란하다며 여전히 딴죽을 걸고 있다. 미국에서 몸값 키우기의 기회를 노리는 안철수 전 의원은 정치공학적 통합에는 참여를 할 수 없다며 혁신만 주장하고 있다. 시간이 절박한 통추위원들은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선 통합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당, 새보수당, 안철수파가 나라가 통째로 좌 편향 진보정권에 넘어가는 상황을 보면서도 서로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모습이 량치차오의 두 번째 방관자 부류인 위아파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들에겐 자유민주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애국심보다는 개인의 영달만 좇는 부나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 정권을 비판해온 진중권 전 교수는 이렇게 외쳤다. “이번 총선에서 우리에게 있는 한 장의 표를 절대로 쟤들(민주당)한테 주지 말자” 진 전 교수의 이 외침을 국민과 보수 야당 정치인 모두는 가슴 깊이 새겨 국민을 배신하는 방관자가 되지 말길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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