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를 하며 다음에 다시 볼 것처럼 헤어질 때
그때는 서로 먼 길을 보여주는 것이다

꿈에서 토한 죽은 소를 보듯
슬퍼하는 마음 없이
멀어지는 법을 알고 있다

마음은 말하기 전에 흰 얼굴을 부비며
손바닥에 쥐어져 있다

종이꽃 같은 얼굴로
웃는 얼굴이 종이꽃으로
둥글게 접은 모서리를 서로 알아볼 때
우리는 한 묶음의 패키지

소를 타고
흰 종이꽃 같은
진짜 꽃이 핀 이국의 나무를 보러 가자



<감상> 사랑하는 그대와 악수를 할 때는 늘 불안하다. 늘 먼 길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불안하다. 투우사 앞에 죽음을 앞둔 소처럼 슬픔마저 사라진 이별을 너무 잘 알기에 불안하다. 이미 수많은 이별을 겪어 왔기에 악수하는 법은 서툴고, 끝내 마지막 인사법이 되고 만다. 내 마음을 말할 수 없기에 악수로 그대 마음을 느낄 뿐, 그마저도 종이꽃 같은 얼굴로 서로 알아보는 패키지에 지나지 않는다. 꽃을 꺾어 들고 그대와 소를 타면서 이국의 나무를 보러가는 것은 현생에서 가능한 일인가. 악수로써 청해 보지만 먼 길을 보여주므로 아득하기만 하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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