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고교 제2외국어 '쏠림 현상' 갈수록 심화

경북교육청 전경.
경북도내 고등학교 제2외국어 수업이 일본어와 중국어에 지나치게 쏠려 있지만, 수능 시험에서는 수험생들이 제2외국어로 아랍어로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경북교육청의 ‘2018년·2019년 고교 선택과목 편성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도에 187개 학교 중 일본어 수업을 개설한 학교는 무려 116개교(62%)로 집계됐으며, 중국어 57개교(31%), 독일어 2개교(1.2%), 스페인어 1개교(0.53%) 순으로 나타났다.

2019년도에도 184개 학교 중 일본어 116개교(63%), 중국어 68개교(36.7%), 독일어 4개교(2.2%), 프랑스어 1개교 (0.51%), 아랍어 1개교(0.51%)로 대부분 학교에서 일본어와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 전문가들은 균형 있는 세계화 의식을 기르려면 다양한 외국어를 접하는 것이 필요한 만큼, 교육 당국이 이런 언어의 ‘쏠림 현상’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일선 교육 현장의 교사들은 “같은 한자 문화권이라 낯설지 않고 앞으로 취업에 쓸모가 많다는 생각 때문에 일어와 중국어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선 학교에서는 제2외국어로 일본어와 중국어가 인기가 높지만, 수능에서는 단연 아랍어에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대학 수능에서는 제2외국어로 일본어, 중국어, 독어, 불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베트남어, 한문 등 9과목 중 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2020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보면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아랍어Ⅰ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은 6만3271명으로 영역 전체 응시자 8만9140명으로 70.77%가 응시했다.

‘아랍어 쏠림’이 점차 심해지는 이유를 수험생들은 ‘아랍어 로또’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랍어 과목이 수능에 포함된 것은 선택형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부터지만 첫해 아랍어 응시자는 전국에서 531명뿐이었으나 ‘응시자가 많지 않은 데다 조금만 공부해도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응시자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백분위를 기준으로 일정 비율 안에 든 학생에게 일정 등급을 주는 상대평가에서 아랍어 시험은 응시자가 몰릴수록 ‘운만 좋으면 좋은 등급을 받는 시험’ 성격이 더 강해졌고, 그럴수록 응시자는 더욱 늘어났다.

하지만 다른 제2외국어인 일본어나 중국어, 한문 등의 과목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거나 어릴 때부터 공부해 온 응시자가 많아 높은 등급을 받기 어려워 실력자가 아닌 응시생들은 꺼리는 분위기지만 아랍어는 상당수 응시자의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점을 믿고 선택하는 수험생이 많는 것이다. 실제 올해도 아랍어 시험의 경우 1번만 찍으면 4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수능에서 아랍어를 선택했다는 도내 모 고등학교 학생은 “일어나 중국어는 학교에서 제2외국어 과목으로 배우지만 시험 난이도가 높고 응시자가 적어 등급을 받기 어렵지만, 아랍어는 단기간에 간단한 단어만 알아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 대부분 친구가 아랍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2017년 8월 발표한 수능 개편 시안에서 2021학년도 수능부터 아랍어를 비롯한 제2외국어/한문 영역 과목에 절대평가 적용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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