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판매되는 식욕 억제제[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중에 판매되는 식욕 억제제[연합뉴스 자료사진]

어떤 음식을 먹고 메스꺼움을 느끼면 나중엔 같은 음식을 먹기가 꺼려진다.

장(腸)이 뇌로 보내는 신호가 메스꺼움을 유발해 ‘미각 혐오(taste aversion)’가 생기기 때문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다이어트약 중에는 효과는 제한적이면서 역겨움 등 부작용이 따르는 게 적지 않다. 비만의 약물 관리가 어려운 이유에는 이런 현실적 제약도 포함된다.

그런데 균형 잡힌 식사가, 먹기를 중단하라는 ‘장-뇌 신호(gut-brain signal)’를 자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부작용 없이 음식물 섭취를 멈추게 하는 신경회로가 따로 존재한다는 걸 시사한다.

미국 미시간대의 당뇨병 연구센터 소장인 마틴 마이어스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발표했다.

17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생쥐의 뇌에서 식욕 억제 ‘장-뇌 신호’를 촉발하는 뉴런 집단을 발견했다.

칼시토닌 수용체(CALCR)가 들어 있는 이들 뉴런은, 변연계를 포함하는 후뇌의 수질(medulla·피질 안쪽의 백질)에 많이 분포한다. 칼시토닌은 혈중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CALCR 뉴런이 활성화하지 않아도 메스꺼움에 따른 미각 혐오가 생긴다는 것이다. 뉴런 중에는 먹는 걸 억제하면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도 있다.

연구팀은 생쥐의 유전자를 자극해 CALCR 뉴런을 활성화하면 식욕을 억제할 수 있지만, CALCR 뉴런을 억제하면 먹는 양이 계속 증가한다는 걸 확인했다.

특히 CALCR 뉴런이 활성화되면 역겨움 같은 소화관의 부작용 없이, 먹는 양과 몸무게가 함께 줄었다.

이런 결과는, 뇌가 단기적으로만 음식의 양과 소비를 조절한다는 기존 통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실제로 연구팀은 CALCR 뉴런과 달리, 먹는 양과 몸무게를 줄이지만 메스꺼움 등 부작용을 유발하는 CCK 뉴런을 발견했다.

CALCAR과 CCK는 관여하는 신경 회로도 달라, CCK 뉴런은 ‘여키 회로’를, CALCR 뉴런은 ‘여미 회로’를 따라갔다.

‘여키 회로(yucky circuit)’는 욕지기를 일으키는 CGRP 세포를 활성화하고, ‘여미 회로(yummy circuit)’는 CGRP 세포를 활성화하지 않는다.

CGRP를 억제하면서 CALCR만 활성화할 수 있으면 비만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식욕을 억제하면서 음식물 섭취와 체중을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어스 교수는 “그런 작용을 하는 약을 개발할 수 있다면 (비만으로 고통받는) 누군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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