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환 변호사
금태환 변호사

삼국지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조조의 첫째 아들 조비가 셋째 아들 조식과 후계자 자리를 다투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대권을 노리는 경쟁은 피가 말리는 것이리라. 조비는 첫째라는 이점은 있었지만 문장과 사교의 범위는 조식이 나았다. 어느 날 조비가 조조의 눈에 거슬릴 행동을 하고 조조가 이를 문책할 사태가 생겼다. 제갈공명에 버금가는 책략가 사마의가 조비에게 충고하였다. 이번에는 조조에게 절대 자신이 범한 일이 아니라고 잡아떼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조비는 위기를 모면하고 후에 황제가 될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에서 거짓말이란 늘 존재하는 모양이다. 요즈음 정치권이나 그 주변에서 옛날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고 현재의 이해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본다. 공적인 일인데도 불구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듯한 말도 한다. 일단 부인하고 보는 것이 수사받는 사람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거짓말이라도 일단은 상대방을 믿게 하고 그 순간을 모면하게 한다. 거짓말도 자꾸 하다 보면 자기 확신이 생기는 모양이다. 얼마 전 재판에서 두 친구가 운전하다 길가는 사람을 치어 사망사고를 내었는데 서로가 운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았다. 분명히 한 사람은 운전을 하였고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우리나라는 위증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친구를 위해서, 못 본채 눈 감기도 하고 거짓말이라도 해준다. 이렇게 순간의 달콤함에 모두들 거짓말을 하고 있다. 길게 멀리 보면 모두가 드러날 일이고 그 달콤함은 쓰라림으로 바뀔 것이다.

정치에 있어서 임기응변과 융통성이라는 것은 필수적이다. 다양한 사람을 움직이고 설득하려면 고지식하고 진실 일변도로 딱딱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면 어디까지가 융통성이고 어디까지가 거짓말인가. 필자는 우선 공인과 일반인을 구별해야 한다고 본다. 공인의 융통성의 범위는 일반인에 비해 훨씬 더 좁다. 공인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공적으로 드러나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다. 공인은 사인에 비해 더 엄격한 책임이 부여되어 있다. 공인의 말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으면 번복되어서는 안된다. 둘째는 명분이 있느냐 여부이다. 꼭 필요한 명분이 있을 때는 사과를 전제로 지금의 말과 이전의 말이 달라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으리라. 여기서의 명분은 각자가 처한 입장이 아니라 모두를 아우르는 공통선이다. 그러나 요즈음 어떤 변명을 들으면 역겹기도 하다. 모두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한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그는 이미 공인이 아니다.

정치인의 말이 문제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인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생활에 밀접하고,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매스컴은 정치인의 일상생활을 포함하여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려준다. 말은 자신의 입장이고 그 입장을 바꾸는 경우 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정치인도 필요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바꾸는 경우가 있겠지만 요즈음과 같이 어제와 오늘의 말이 천양지차로 다르면 어찌 그를 믿을 수 있겠는가. 이번 4월 투표의 기준은 누가 말과 신의를 지킨 사람인가 하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