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북구 양덕동 일부구간 교통사고 위험에 무방비 노출

포항시 북구 양덕동의 한 버스정류장이 가드레일 한복판에 설치돼 있다.

포항시 북구 양덕동의 한 버스정류장.

이 정류장에는 인도가 없다. 가드레일 한복판에 멀뚱히 설치된 정류장에 도착하기 위해선 30∼40m의 도로변을 걸어야만 한다.

수십 명의 승객들은 매일 아침저녁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줄지은 채 도로 끝에 붙어 이곳 정류장을 향한다.

갈 길이 바쁜 출퇴근 차량들은 도로에 서 있는 행인들을 향해 수시로 경적을 울리고, 아슬아슬하게 빗겨 지나가는 등 아찔한 상황이 이어지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포항시 북구 양덕동의 한 버스정류장 인근에 마련된 횡단보도가 가드레일에 막혀 있다. 류희진 기자

정류장 인근에 마련된 횡단보도와 신호등도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는 건 마찬가지.

횡단보도의 한쪽은 인도 없는 낭떠러지 길인 데다, 가드레일에 막혀 차도 위에서 끝나 있다.

또 같은 곳에 설치된 신호등은 노란불이 1초에 한 번씩 깜빡이는 점멸등에 불과해 이곳을 지나는 차량 중 대부분은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약 300여m 떨어진 인근 정류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파트 단지 뒷산에 오르는 산책로 입구에 세워진 이 정류장에는 승객들이 좁은 오르막길에 모여 줄을 설 수밖에 없다.

양덕동에 거주하는 방모(58·여)씨는 “버스 정류장 근처에 인도가 없어 매번 버스를 타러 갈 때마다 목숨을 거는 심정”이라며 “가끔 비 내린 새벽에 얼어있는 도로를 걷다 보면 미끄러워 교통사고가 더욱 쉽게 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시민 A씨는 “포항시가 기껏 설치한 횡단보도와 신호등도 무용지물이라 시민들이 교통안전을 보호받을 수단이 전혀 없다”면서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 위치에 버스정류장을 세웠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버스정류장 설치 기준은 일반적으로 지자체장이 조례로 규정하거나 버스 정류소 이용률 등을 고려해 설정한다.

하지만 포항시의 경우, 관련 조례가 없어 시민들은 계속해서 교통사고 위험을 무릅쓴 채 정류장을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지난 2018년 양덕동 일부 구간에 대해 안전시설과 인도를 설치 작업에 나섰지만 정류장 인근 토지주들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며 “올 상반기 내에 정류장 설치 기준 등을 담고 있는 조례가 만들어지면 더욱 안전한 대중교통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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