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압에 눌린 듯 방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밖으로 나온다 대로변 횟집 수족관의 납작한 물고기는
뜰채에 몸이 뒤집혀도 눈을 감지 않는다

횟집 사내가 티브이 채널을 바꾼다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수중카메라
화면을 두드리는 물방울
부글거리며 솟구치는 거품들의 들숨날숨

바닥에 띄운 세월의 안과 밖은 보이지 않는다

리모컨을 쥐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 사내
가끔씩 수족관과 바깥을 살핀다 노랗게 지나가는 햇살
물 밖으로 막 빠져나온 듯 사내의 숨이 길다

죽은 물고기가 유리벽을 보고 있다

<감상> 수족관에 흰 배를 드러낸 도다리, 광어 한 마리쯤이야 누가 관심을 가지겠는가. 횟집 주인조차 가끔 수족관을 바라보지만 티브이 채널을 돌리며 무관심하다. 물고기의 세월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수족관에 안에 든 넙치가 바로 인간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인간은 고소한 죽음의 냄새를 맡아 주길 바라지만 물은 그 냄새를 희석시킨다. 뜰채에 건져지듯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떠나간다. 아가미 햇살을 받으며 떠나갈 때 혼자 죽은 이는 모든 걸 바라본다. 아무 관심도, 아무 미련도 없으므로 뿔조차 남아 있을 리 없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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