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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교라인 교체, 대화 장애 아닌 기회로 작용하길
북한 외교라인 교체, 대화 장애 아닌 기회로 작용하길
  • 연합
  • 승인 2020년 01월 20일 16시 17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1월 21일 화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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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외교전략을 총괄하는 외무상이 리용호에서 강경파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으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상 교체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진 않았지만, 최근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 등 해외 공관장들이 평양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돼 외무상 교체와 함께 대외전략 재정비를 위한 공관장 회의가 소집된 분위기다. 군부 출신인 신임 외무상은 대남 기구인 조평통을 이끌어 온 인물로, 남북고위급회담의 북측 단장을 지내는 등 대남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오른팔이기도 한 대남 분야 실세 중 한 명이다. 그는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을 방문한 남측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고 핀잔을 주는 등 막말을 했다고 알려져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대남 관계를 제외하곤 외교 분야와 관련된 경력이 알려진 바 없는 데다 외부에는 거친 언사로 유명한 인물이 외무상에 기용된 것은 다소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부정적인 또는 긍정적인 이러저러한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우선 이번 인선은 북미 비핵화 협상 장기 교착 국면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장기 대립을 대내외적으로 예고하는 상황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전임 리용호 외무상이 북한의 대표적인 ‘미국통’ 외교관인지라 이번 인사를 통해 당분간 대미 협상은 없을 것이란 신호를 미국에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리용호 외무상의 대부격인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도 모든 직책에서 해임됐다. 따라서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당시 북미 정상회담을 주도한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 대남 라인에 물었다면, ‘포스트 하노이’ 대미 외교의 실패 책임을 리수용과 리용호 등 기존 정통 외교관들에게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리선권 같은 강성 인물의 재등장으로 북한은 당분간 대미 관계에서 협상 쪽보다는 엄포와 기 싸움에 무게 중심을 둘 가능성이 커져 우려된다. 첨예한 대치 상황이라도 기본적인 대화 동력은 잃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강경 외교 라인업을 앞세워 협상 궤도를 이탈하는 새로운 모험주의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북한의 외무상 교체는 대미 압박을 이어가는 동시에 외교 다변화를 모색하려는 의지의 표출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여러 방식으로 대미 압박을 해왔지만, 미국의 기본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국과 러시아를 축으로 국제사회를 상대로 새로운 외교적 돌파구를 찾으려 할 수 있다. 중·러는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결의안 초안을 유엔에 제출한 바 있다. 리선권 신임 외무상이 대남 전문가라는 사실도 주목된다. 북한이 남한을 외면하며 ‘통미봉남’의 전략을 택했지만, 북미 협상에서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남쪽으로 다시 눈길을 돌려 실익을 취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된다면 이는 유엔 대북 제재의 틀 안이나 우회로를 통해 북한 개별관광 등 남북 교류를 터 보려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과도 맞닿을 수 있다. 북한은 남한이 외세 의존적이라서 함께 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해 왔지만, 교류의 문을 완전히 닫아걸지는 않은 모양새다. 북한만 응한다면 남북 간에는 할 수 있는 일들이 적지 않다. 남북의 접점 찾기에 진전이 이뤄지고, 이것이 북미 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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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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