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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산책] 「일선지」다시 읽기 2. 임진왜란과 금오산의 게릴라
[인문학 산책] 「일선지」다시 읽기 2. 임진왜란과 금오산의 게릴라
  • 권삼문 금오공과대학교 외래교수
  • 승인 2020년 01월 22일 16시 42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1월 23일 목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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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삼문 금오공과대학교 외래교수
권삼문 금오공과대학교 외래교수

『일선지』「방리(方里)」조는 동네 이름을 싣고 있는데, 그 가운데 지명을 독특하게 소개한 곳이 있다. 전문이 많지 않으므로 모두 소개하고자 한다.

자개라(者開羅)

남쪽 40리에 있다. 개령(開寧)의 산관촌(山官村)과 접해 있다. 임진왜변에 사인(士人) 강복수(康復粹)가 이곳에서 시묘하면서, 마을의 산척(山尺) 정팽원(鄭彭元) 등에게 의병을 일으켜 토적(討賊)하길 권하였다. 팽원이 그 무리 5∼6명의 역사(力士)와 마을 백성 50여명을 모아서 금오산을 근거지로 의병(?兵)을 만들고 마을 어귀에 복병을 설치하였다. 만약 노략질하는 왜적을 만나면 팽원 등이 부르짖으면서 뛰어들고 산 위의 병사도 소리를 지르며 합세하여 참획(斬獲)한 것이 자못 많았으니, 난리를 피하던 백성들이 이에 힘입어 온전히 살아난 자가 매우 많았다. 마을 사람들이 강복수에게 장군이 되길 청했으나, 복수는 상을 당한 사람으로서 공로를 바라는 것이 부끄럽다 하여 끝내 일어나지 않고 힘쓰기를 권할 뿐이었다. 그해 가을에 팽원이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갑자기 큰 적을 만났는데, 추격을 멀리하지 않았을 때 차고 있던 화살 통이 땅에 떨어지자 적이 급히 팽원을 격살하였다. 당시 왜적 일급(一級)을 참한 자도 모두 공훈에 기록되었지만 팽원은 힘껏 싸우고도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낮은 관직으로 보상되는 일도 없었다.

자개라는 금오산의 서쪽, 지금 구미시 수점동 입구로 추정된다.

지명에 관한 소개가 아니라, 임진왜란 때의 의병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사인 강복수와 산척 정팽원, 그리고 그의 동지들에 관한 일이다. 선비 강복수는 신천 강씨라 여겨지는데 그 집안의 족보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냥꾼 혹은 약초꾼인 정팽원은 그 이름을 알아도 인적 사항을 찾을 수 없으니 무명용사라 할 것이다. 전사한 팽원과 그의 동료들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했다. 모든 전쟁에는 무명용사의 얼이 서려 있다. 또 다른 임란 사적은 지금의 구미시 장천면 지역으로 여겨지는 곳에서의 일이다.

북웅곡(北熊谷)

(해평)현의 동남쪽 40리에 북웅곡과 남웅곡이 있다. 임진왜란 때 백성 황사충(黃士忠), 김윤부(金允夫) 등이 마을사람들과 매복을 하였다가 뒤쳐진 왜적을 추격하여 10여급(級)을 베었다.

이 경우, 당시 선산부사였던 정경달(丁景達·1542~1602)이 남긴『반곡 난중일기』에 의하면, 6월 23일 기사에서 황사충은 해평복병장(伏兵將)이라 하고, 왜적 2명의 머리를 보내왔다고 간략히 기술되어 있다. 보다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있는 자료는 현재 알려진 바가 없다.

전쟁은 비참한 현실이다. 현대세계에서 벌어진 6·25전쟁에도 수천 명의 무명용사를 언급하고 있다. 하물며, 약 400년 전의 전쟁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이들의 흔적을 당대를 살았던 이의 기록으로 더듬어 본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임진왜란의 영웅을 많이 찾았고, 때로는 그 영웅주의 편향 때문에 해당 인물의 후손들 간에 갈등과 분쟁이 일기도 하였다. 근년에 영웅주의 역사관이 많이 불식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때로는 지나치게 실제와 다른 영웅을 그리워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역사와 문화의 아이러니를 보자. 역사의 주인공은 한(漢) 고조(高祖) 유방(劉邦), 또 위무제(魏武帝) 조조(曹操)이지만, 민중 문화예술의 주인공인 문화영웅은 <패왕별희(覇王別姬)>의 주인공인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이며, 그리고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주인공인 유비(劉備)였다. 영웅을 기념하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그 이면 드라마도 생각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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