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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포럼] 부리망 (소머거리·허거리)
[경북포럼] 부리망 (소머거리·허거리)
  •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 승인 2020년 01월 27일 15시 42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1월 28일 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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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부리망 ‘網’은 가는 새끼로 그물같이 얽어서 소(牛)의 주둥이에 씌우는 물건으로 논밭을 갈 때 소가 곡식이나 풀을 뜯어 먹지 못하게 하려는 그물망이다.

경주지방에서는 허거리라 했는데 소머거리, 허거리 등의 사투리가 더 많이 쓰였다.

3월이나 4월이 되면 보리밭에 보리가 많이 자라게 된다. 7월이 되면 콩밭에 콩 줄기가 무성해진다.

이때 보리 이랑이나 콩 이랑에 나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소가 끄는 쟁기로 골을 타는데 일하는 도중 보리 싹이나 콩잎을 뜯어먹지 못하게 막아주며, 풀을 뜯어 먹어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꼭 보리밭이나 콩밭이 아니라도 소(牛)로 농사일을 할 때 주전부리를 못 하게 막는 수단으로 사용했었다.

소가 없는 집에서는 사람이 쟁기의 멍에를 매고 끌어서 골을 타는 수도 있었다.

연전에 어느 식당에 갔더니 벽에 부리망(허거리)이 걸려 있었다. 나는 소가 되어 앞에서 끌고 아버지는 쟁기질을 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참 고달프게 지냈던 시절이었는데.

힘들었던 시절의 농기구가 농업 박물관이 아닌 식당에 장식품으로 이용되고 있어 한참을 쳐다본 적이 있었다.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는가. 어쨌든 부리망은 소 입마개다.

사람에게는 부리망(허거리)을 채워서는 안 될 경우가 많다.

옛날 ‘주여왕’은 자신을 비방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게 하고, 걸리는 사람을 처형해 버렸더니 감히 무슨 말이든 하는 사람이 없어져 편해졌다고 말하자, 소공이 “그것은 백성들의 입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은 흘러가는 물을 막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물난리를 피하려면 물길을 터주어야 하듯이 사람을 다스리는 일에도 언로를 열어주어야 합니다. 왕과 제후의 친인척들이 저지르는 잘못은 공개적으로 비판받아야 고쳐질 수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서도 언로를 열고 밝힐 것은 밝히면서 살아야 한다. 언론 통제가 심하여 불통(不通)의 사회를 만들어서는 사회 전체가 경직되어 발전할 수 없고, 권력 핵심부의 비리가 뽑히지 않아 사회정의도 구현될 수 없을 것이다.

어떨 때는 입에 재갈을 채우거나 부리망을 씌워 함부로 주전부리를 하지 못하게 하거나, 말도 안 되는 말을 토해내지 않도록 입마개를 채워야 한다. 얻어먹었든지 대접받았든지 간에 먹지 말아야 할 것은 먹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대가성 유무를 떠나 함부로 먹는 행위는 아름답지 않다.

또, 자신만의 눈으로 본 세상과 세상사에 대한 평가를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입을 열어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를 많이 본다.

SNS나 유튜브 등 여러 통로를 통해 지나친 자기주장, 자기선전을 함부로 하여 무리(無理)를 일으키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똑똑하다고 착각하고 있다.

문제는 입을 함부로 여는 사람도 명색이 지도층이고, 똑똑하다고 자처하는 사람도 정치계 물을 먹은 작자들이다. 조금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후안무치의 인간들이다.

그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진정성을 띈 모습으로 차분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죽거리며 씹고 있다. 어디서 골랐는지 모진 말만 골라 야금야금 씹는다. 잘난 체하면서도 못돼먹은 사람들이다. 한심하고 또 한심한 것은 그들 뒤에 줄을 서는 사람들, 바로 어리석은 우리들이다.

우리 사회에도, 아니 사람에게도 그물망을 씌워 아무것이나 닥치는 대로 먹지 못하게 막고, 책임의식 없이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사람에게 선택적으로 부리망을 씌워 정침을 하도록 일깨워주어야 한다. 부리망 20개 정도면 우선 해결이 될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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