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에서 주워 온 아랫목구들장을 빈 마당 디딤돌로 갖다
놓았더니, 곁이 생겼다

바람에 실려 온 앉은뱅이민들레나 땅꼬마채송화 꽃댈 올리
고 만판 피어나기도 할라치면

돌 옆에, 라고
자늑자늑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불기운 까맣게 식은 옆구리에 곁이 생겨 사방팔방이 다 환
한 걸 보면 문득 사는 게 별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감상> 원래 구들장은 불의 온기를 불러들여 웅웅거리며 식솔들의 등짝을 곁으로 삼았다. 쓰임을 다한 애랫목구들장도 마당 디딤돌로 갖다 놓으면 곁이 생긴다. 곁이 생긴다는 말은 옆구리를 비워주고 품을 내어준다는 것이다. 구들장은 옆을 내어주므로 자신과 꽃들을 가볍고 부드럽게 만든다. 하여 자늑자늑 어울려 사방팔방이 다 환해진다. 사람 사이에도 곁을 내어준다면 얼마나 몸이 유연해지고 관계가 환해지겠는가. 사는 게 별게 아닌데, 곁을 내주면 우주를 담을 수 있고, 곁이 막히면 바늘구멍도 뚫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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