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국민공감’·‘국가미래’를 기준으로 인재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최혜영 강동대 교수 이래,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들 태호군을 잃은 이소현 씨를 12번째로 영입했다. 한국당은 지성호 나우대표와 김은희 고양테니스아카데미 코치 이래,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을 여섯 번째로 영입했다. 기타 정당도 이와 다르지 않으며, 자신들의 영입인사에 대해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는다. 과연 그러할까? 정당정치라는 기준에서 보면, 인재영입은 “양의 탈을 쓴 늑대에 불과하다”는 비유가 적절하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표방하면서, 국민의 표를 가로채려는 목적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당정치에 위배된다. 인재영입과 관련된 정당의 기능은 엘리트충원이다. 당원에게 정당의 이념과 노선 그리고 여기에 부합하는 정강정책을 교육시키고, 이를 통해 정치지도자로 자질을 갖추게 한 다음, 경선을 통해 공직선거 후보자로 공천하여 당선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선거에 임박해서 급조된 영입인사를 공천한다? 이들은 정당에서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속감은 물론 ‘정당이 민주주의의 실현수단’이라는 기본적 개념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를 시작하게 된다. 당선 후 교육하면 된다는 논리도 있지만, 훈련기간 동안 국민 의사를 반영하는 데 소홀하게 되는 문제는 누가 책임지는가?

다음으로 기회의 평등에 반한다. 기회의 평등은 평등한 출발과 평등한 접근으로 구성된다. 전자는 공평성, 후자는 진입장벽의 무차별성을 말한다. 정당 안팎에 예비정치인이 많다. 정당 내에서 당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각종 교육을 받고 성장하고 있으며, 정당 밖에서는 시민단체나 사회봉사를 통해 역량을 높여가고 있다. 그런데 영입인사란 명분으로 입당하자마자 이들을 제치고 곧바로 지역이나 비례후보로 낙점이 된다? 불평등한 출발이고 진입장벽의 차별이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된다면, 예비정치인들은 당내외 활동을 등한시하게 되고, 결국 탈정당화라는 정당정치의 위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위임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선거에서 국민은 후보자들 중 1인을 선택해서 임기 동안 자신의 권리 일부를 맡긴다. 선택기준은 정당과 후보자이다. 후보자가 대표자가 될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는가? 후보자가 속한 정당이 국가발전 위해 일할 자세가 되어 있는가? 그런데 선거가 임박해서 공천후보자를 영입한 후, 각 정당과 지지자들은 국민을 대변하는 분을 모셨다고 홍보한다? 당원들에게는 영입인사를 무조건 선택하라는 무언의 강요이다. 특정 정당에 호감을 가진 국민 역시 선택의 여지가 좁아지기 때문에,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일반 국민도 후보자를 스크린 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 당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당들의 인재영입을 정당의 목적, 즉 “정권의 획득 및 유지”에 부합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정당의 목적 전제에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함으로써”가 붙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다. 인재를 영입하려면 적어도 소속정당과 정치 엘리트의 역할을 소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정당 후보자를 공천하려면 모든 정치지망생에게 경선이라는 공정한 선출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당원과 당에 호감을 가진 국민이 자유롭게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모든 정당은 정당정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행해야 하며, 국민은 정당정치가 제자리를 잡아갈 수 있도록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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