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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불교 상설전시관 새 단장 공개
국립중앙박물관, 불교 상설전시관 새 단장 공개
  • 곽성일 기자
  • 승인 2020년 01월 27일 21시 33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1월 28일 화요일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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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한 이상향, 정토', 회화·경전·사경 등 23점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
부처가 머무는 찬란한 세계를 보여주는 ‘부처를 모신 작은 집’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불교의 청정한 이상향, 정토(淨土)를 만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1일부터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의 전시품을 교체해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청정한 이상향, 정토(淨土)’를 주제로 불교회화와 경전, 사경(寫經 )등을 소개한다. 정토는 번뇌로 가득 찬 현실세계와는 다른 이상세계를 말한다. 이 청정한(정淨) 땅(토土)에는 부처와 보살이 머물고 있으며, 사람들이 바라는 모든 것이 충족되는 이상향이다.

△번뇌가 없는 정토의 세계

옛 사람들이 꿈꾼 정토, 번뇌가 없는 세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관음보살, 대세지보살과 함께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아미타불을 표현한 ‘극락에서 강림하는 아미타불’은 정토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그림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섬세한 금니로 그려진 아미타삼존의 주위에는 비파, 장고, 소라로 만든 법라(法螺 )등 여러 악기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청정하고 아름다운 음악소리를 내는 만 가지 악기가 연주되는 극락정토(極樂淨土)의 공감각적 이미지를 보여준다.

부처가 머무는 찬란한 세계는 ‘부처를 모신 작은 집’에서 보여준다. 부처와 두 보살을 중심으로 뒤쪽에는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는 나무와 누각, 앞에는 네 마리의 새가 앉아 있는 연못 전경이 새겨져 있다. 찬란한 금빛과 함께, 불보살과 제자들의 머리와 입, 눈에는 채색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것은 원래 전각을 축소시켜 놓은 작은 불당(佛堂”의 형태였을 것이다. 작은 공간을 화려하게 장식한 금빛 세계는 부처가 머무는 공간을 중생들이 어떻게 표현했는지 보여준다.

음악이 있고 부처가 머무는 정토에서의 즐거움은 단순히 감각적인 것이라기보다,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의 기쁨이 큰 고차원적인 즐거움이다. 영취산에서 가르침을 전하는 석가모니불과 그의 설법(說法)이 참된 진리라고 찬탄하는 다보불, 그리고 극락정토로 영혼으로 인도하는 아미타불까지 그려진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불’은 이와 같은 세계가 감각적인 즐거움을 넘어선 깨달음에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극락에서 강림하는 아미타불
△죽어서 가고 싶은 그곳, 극락정토

정토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가장 선망한 곳은 아미타불이 머무는 극락정토였다. 죽어서 극락정토에 태어나는 것은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사람들의 바람이기도 했다. 일본 ‘왕생자(往生者)를 맞이하는 아미타불’은 극락에서 태어날 사람(왕생자)을 맞이하기 위해 아미타불이 여러 보살을 이끌고 강림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앞쪽의 관음보살은 왕생자를 태우려는 듯 무릎을 꿇고 금색 연꽃을 받쳐 들고 있다.
감로를 베풀어 아귀를 구함
죽은 영혼이 극락에 가기를 기원하며 사용된 의식용 불화로는 ‘감로를 베풀어 아귀를 구함’이 전시된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이미 죽은 이들도 함께 이상향에 갈 수 있기를 기도했다. 이 그림은 아귀도(餓鬼道)에 떨어진 영혼들을 구제하기 위해 의식을 베푸는 장면을 그린 불화이다. 배고픔과 목마름에 시달리는 영혼을 상징하는 아귀와,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불보살들이 함께 등장한다. 그림의 뒷면에는 불교의 신비로운 주문, 진언(眞言)이 적혀 있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에는 불화에 고대 인도 문자인 범자(梵字)나 진언을 적어서 그려진 대상에게 생명력을 부여하였음을 알 수 있다.
불교의 신비로운 주문, 진언이 적힌 뒷면
이번 전시에서는 아미타불의 공덕과 극락정토의 장엄함을 설명한 ‘정토신앙의 근본이 되는 경전’, 극락으로 안내하는 아미타불과 인로왕보살을 그린 ‘극락으로 인도하는 배’, 극락왕생을 바라며 왕실 기도처에 봉안한 ‘지장삼존도’, 가족의 명복을 바라며 발원한 ‘화엄경 사경’등 23점을 선보인다. 아름다운 정토의 전경과, 정토로 인도해주는 불보살의 모습은 청정한 이상향을 원한 사람들의 마음을 보여준다.

현실의 어려움과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옛 사람들이나 지금의 우리나 다를 바 없다. 정토는 우리가 바라는 모든 것을 갖췄으면서도 집착이 없어서 행복한 이상향의 세계이다. 깨달음에 정진하는 수행자처럼 현실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워질 수는 없겠지만, 이번에 새롭게 교체되는 전시품을 보면서 번뇌와 집착 없이 즐거움만 가득한 곳, 정토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은 어떨까.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불
왕생자를 맞이하는 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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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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