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29일 탈당을 선언했다. 안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 손학규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서 바른미래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앞서 안 전 의원은 전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만나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자신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는 등 당 재건 방안을 제시했지만 손 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안 전 의원이 탈당하면서 신당 창당 등 독자 노선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안 전 의원 역시 “저의 길은 더 힘들고 외로울 것”이라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안 전 의원은 정계 복귀 전에도 기성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을 창당, ‘녹색 돌풍’을 일으킨 경험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당을 창당해 4·15 총선을 치르는 데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총선이 불과 77일밖에 남지 않은 데다, 현재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 7명 가운데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6명의 의원이 스스로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 비례대표라는 점이 관건이다.

안 전 의원의 탈당에도 안철수계인 이들 의원이 동반 탈당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안 전 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군소 정당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세력을 규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전 의원이 일단 신당 창당에 나섰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도·보수 통합을 목표로 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에 합류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그는 귀국 이후 보수통합 논의에 대해 지속해서 “관심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으나, 국민의당 시절 안 전 의원과 뜻을 함께했던 인사들이 혁통위에 속속 합류하는 상황이다.

혁통위가 그리는 통합의 그림이 보수보다 중도에 가까워지고, 안 전 의원이 신당의 한계를 절감할 경우 막판에 항로를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안철수 대선후보 시절 정책대변인으로, 현재 혁통위원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옛 안철수계’ 인사들을 혁통위에 영입하는 자리에서 “안철수 전 대표도 결국은 뜻을 같이하리라고 생각한다. 인내심을 갖고 통합신당 합류를 기다리고 모시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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