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이 없어도 환하게 벋는 속도
밤을 비운 몸마다 햇살 가득 채우고
등뼈도 단단한 이 길
희망대로 달린다

지난밤을 엉겼던 눅눅한 질문들과
어긋난 자본의 턱이 바퀴를 물어도
페달 위 질주본능은 탁 트인 직진이다

희망대로, 희망대로, 주문을 굴리면서
어둠과 밝음이 서로 몸을 바꾸는 길
한 방울 푸른 잉크로 쓰는
이 아침의 새주소


<감상> 경쟁 속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을 속도에 맡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청년들은 거대한 자본과 권력에 의해 자신의 길을 잃고 만다. 흔히들 5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에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는 ‘7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누구의 잘못이냐는 눅눅한 질문을 뒤로 한 채, 질주 본능에 합류해야만 한다. “희망대로”라는 주문을 굴리며 질주해야 하는 상황은 얼마나 절망적인가. 어둠 뒤에 밝음이 찾아오듯, ‘희망’이라는 글자를 푸른 잉크로 쓴 새 아침이 오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페달 위에 놓여 있다. 열심히 페달을 밟아 청년들은 자신이 희망하는 대로, 희망의 대로(大路)를 달리기를 새해에 바란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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