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 때 조고는 중국 역사상 최악의 간신이었다. 인생의 대부분을 국가 권력을 쥐고 좌지우지하면서 악독한 짓을 일삼았다. 그러나 불의한 짓을 서슴지 않았던 탓에 비참한 최후를 면치 못했다. 승상 이사를 음해로 죽인 후 진나라 조정에선 조고의 독주를 막을 사람이 없었다.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자 자신의 입지를 시험하기 위해 사슴을 말이라고 억지를 부린 정치코미디를 연출했다.

어느 날 조고는 사슴 한 마리를 조정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조고는 황제 호해에게 말했다. “소신이 좋은 말 한 마리를 폐하에게 바치고자 합니다.” 호해는 기가 막혔다. “승상이 말을 잘못 했소. 그것은 사슴이지 말이 아니지 않소.” 호해는 문무백관들을 둘러보고 물었다. 신하들은 모두 조고의 권력이 두려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다가 몇 몇 신하가 사슴이라 했으나 대부분 신하들은 말이라고 우겼다.

호해는 신하들의 의견이 갈라져 분분하자 자기가 무슨 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호해는 점성술사를 불러 점을 쳐보라고 했다. 조고의 의도를 간파한 점성술사는 조고에 잘 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폐하께서 제사 때 목욕재계를 하지 않아 말을 사슴이라고 잘못 판단한 것 같습니다.” 호해는 점성술사의 대답을 그대로 믿고 목욕재계하러 상림원으로 갔다.

마침내 조고는 쿠데타를 일으켜 호해를 죽인 후 자신이 황제에 오르기로 했다. 조고는 옥새를 가지고 대전으로 올라가 조정 백관들에게 황제 등극을 준비하라고 재촉했다. 조고 말이라며 알아서 설설기는 영혼 없는 백관들이었지만 이번 만큼은 그를 따르지 않았다. 침묵으로 조고의 뜻을 거역했다. 조고는 잠시 기절초풍,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늘과 땅이 뒤바뀐 듯해 황당하기짝이 없었다.

조고의 국정농단과 악독한 죄를 더 이상 하늘도 신하들도 용납하지 않았다. 조고는 결국 자기의 모함으로 죽은 진시황의 장남 부소의 아들에 의해 처단됐다. 지금 이 나라는 사슴을 말이라 한 조고 아바타들의 안하무인 폭거 정치로 국민이 개 돼지 취급되고 있다는 원성이 크다. “기회는 불평등, 과정은 불공정, 결과는 부정의” 한나라로 추락시킨 죄를 어떻게 갚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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