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이상은 1인 1실 사용…하루 두번 증상 유무 점검
어린이 위한 휴게공간 마련

30일 오후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마을에서 한 주민이 양승조 충남지사에게 항의하고 있다.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하는 교민들은 외출과 면회가 금지된 상태에서 2주 동안 격리수용시설 건물 안에서만 지내게 된다.

식사도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어린이 등이 부득이 방 밖으로 나올 경우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30일 신종코로나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우한교민 관리를 맡은 정부합동지원단에 따르면 귀국을 희망한 우한 교민 720명 가운데 약 절반가량이 조만간 전세기편으로 귀국한다. 정부 계획대로 이날 오후 전세기 1대가 우한공항에 도착하면 31일 오전 중 귀국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등 2개 시설에 나뉘어 수용된다. 정부합동지원단은 교민들이 두 곳 중 되도록 연고지에서 가까운 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기로 했다.

교민들은 방역원칙에 따라 12세 이상은 1인 1실을 사용하고, 보호자의 보살핌이 필요한 12세 미만 어린이는 가족과 함께 방을 쓴다.

각 방에는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딸려 있어 14일간 최대한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생활이 가능하도록 했다. 방 밖으로 나오려면 미리 허가를 받은 뒤 N95 마스크를 쓰고 이동해야 한다.

건물 밖으로 나가는 등 외출도 할 수 없고 외부인의 면회는 절대 금지다. 함께 수용된 교민들 간의 만남도 제한된다. 이를 고려해 시설 내 식당은 폐쇄하고 식사는 도시락으로 하도록 했다.

우한 폐렴 증세가 없는 교민만 귀국해 임시수용시설에서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수용 기간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 하루 두 차례 발열검사를 받고 문진표를 작성해야 한다.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오르거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가까운 격리의료기관으로 이송된다.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과 국방부 군의관·간호장교 등이 교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정부합동지원단은 시설별로 의사 2명, 간호사 2∼5명씩을 우선 배치하고 교민이 추가로 들어오면 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심리상담사도 2∼3명씩 배치해 정신건강도 챙긴다.

격리생활공간 안에서 교민들에게 편의는 최대한 제공한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책, 신문, TV도 비치한다.

방 안에서만 지내기 쉽지 않은 어린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휴게공간을 마련해 놀이·게임 등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로 했다.

격리 기간에는 정부합동지원단 공무원을 비롯한 지원인력 100여 명이 수용시설에 함께 지내며 교민들을 관리한다.

의료진, 교민들의 이동제한 등을 맡을 경찰관, 생활편의 지원을 위해 행정안전부에서 파견된 인력, 폐기물 처리 등을 맡을 환경부 소속 공무원 등으로 이들 역시 교민들과 마찬가지로 2주간 격리 생활을 한다.

격리생활을 시작하고 14일간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보건교육을 받은 후 귀가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 후 일반적으로 평균 7일, 최대 14일 이내에 발병해 이 기간이 지나면 감염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본다.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이번에 오는 교민들은 항공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대로 귀국해 집에 갈 수 있었던 무증상자들이지만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2주간 격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귀국 교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하면서 감염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상충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상황으로, 특히 방안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며 “음식물이나 책, 오락시설 등을 충분히 제공해 최대한 편하게 지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우한에서 들어오는 교민들을 수용하는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선 주민들이 이틀째 반발하고 있다.

이 중에도 충북 혁신도시 내에 있는 공무원인재개발원은 바로 앞이 아파트단지인 데다 신도시여서 아이를 둔 부모들은 하필 주거단지와 인접한 이곳에 우한 교민들을 수용하냐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