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시기 당겨져 병해충·꽃샘추위 냉해 발생 위험 증가
밭작물 공급과잉·가격하락 지난해 악몽 되풀이 우려도

농번기 마늘수확 현장 자료사진
“겨울인데 날씨가 이렇게 따뜻해서 큰일입니다. 벌써 올해 농사도 걱정됩니다”

안동에서 15년 차 과수 농사와 밭농사를 짓는 이 모(63) 씨는 올 한해 농사에 걱정이 앞선다.

따뜻한 기온에 동면하지 못한 나무가 생육에 지장을 입어 올봄 제시기에 꽃을 맺을 수 있을지 걱정되는 데다 일찍 싹을 틔운 작물이 꽃샘추위가 오면 냉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2년 차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의성군 의성읍의 김 모(59) 씨도 따뜻한 겨울 날씨에 한숨부터 내 쉬었다.

땅이 얼지 않아 월동 병해충 피해 발생 우려가 커진 데다 따뜻한 날씨로 마늘잎이 웃자랄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땅속에서 월동하는 병해는 -15℃ 이상의 기온이 일주일 이상 지속해야 소멸하는데 올해는 영상의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땅이 얼지 않아 병해충 피해가 커질 것 같다는 농민들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따뜻해진 날씨로 수확 시기 풍작에 따른 가격 하락도 농민들의 걱정에 한 몫을 더 하고 있다.

올해만큼은 아니지만, 지난해도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비교적 따뜻한 기온을 기록하면서 수확 철 양파 가격이 평년 대비 44% 폭락하는 등 마늘, 상추, 감자 등의 밭작물을 중심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해 가격이 대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기온을 보면 지난달 경북 북부지역의 기온은 평균 2.7℃로 평년 기온 -1.2℃에 비해 3.9℃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도 1월 기준 안동 평년 기온은 -2.2℃지만 지난달 1.3℃로 나타나 3.5℃가 차이 났으며 울진은 평년 1.1℃에 지난달 평균 4.4℃로 3.3℃ 높았고 봉화지역 지난달 평균도 3.9℃로 평년 0.8℃에 비해 4.7℃가 차이 났다. 기상청은 당분간 추위가 몰려올 것이라면서도 이달 평균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농정당국은 “겨울철 기온이 높아지면 해충이 쉽게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일찍 싹을 틔운 작물의 경우 갑작스러운 꽃샘추위에 냉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의성농업기술센터의 한 관계자는 “비교적 따뜻한 날씨로 인해 싹이 일찍 났을 뿐 유인(마늘 싹을 비닐 위로 올리는 작업)을 평년보다 조금 더 서두르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병해충 피해와 관련해서도 밭작물의 경우 “파종을 하기 전에 토양살충제를 뿌리기 때문에 시기가 당겨지는 것일 뿐이고 이후에 발생하는 해충피해에 대해서도 추가 방재 계획이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일정에 대한 시기만 당겨질 뿐 큰 문제가 될 것은 아니다”고 조언했다. 과수작물의 경우는 “꽃샘추위 피해를 대비해 볏짚과 보온패드 등으로 나무를 감싸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작물들이 일찍 싹을 틔워 수확 기간이 길어져 생육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지난해와 같이 작물의 과잉공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걱정된다”며 “이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