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구룡포·영일대 식당가 등 사람들 몰리는 장소도 썰렁해져
호텔 단체행사 잇단 예약 취소…오가는 인파 대부분 마스크 착용
상인들 "메르스 때보다 심각"…주말 대구 칠성시장 야시장 한산

지난 1일 오후 영일대 해수욕장 조개구이 전문점 앞. 평소라면 줄지어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해야 하지만 빈자리가 눈에 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증’으로 경북·대구 지역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중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여행과 외식 등 외출을 자제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게 주원인으로 점쳐진다.

휴일인 2일 오후 1시께 포항 남구 구룡포읍 일본인 가옥거리.

인기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인 이곳 거리에는 40∼50명가량의 마스크를 쓴 관광객만 보였을 뿐 비교적 한산했다. 불과 1달여 전만 해도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가득했던 상황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인근 횟집 등이 밀집한 식당가도 줄어든 손님을 걱정하는 상인이 많았다.

식당 주인 A씨는 “이맘때가 연휴와 방학이 끝날 무렵이라 손님이 줄어들긴 하지만 예상보다 더 많이 줄었다”며 “얼마 전까지 차량으로 가득한 도로가 확실히 한산하게 바뀌었고, 단체 관광손님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구룡포읍에 따르면 주말 하루 평균 구룡포를 찾는 관광객은 약 7000∼8000명이었으나, 이번 여파로 5000∼6000명까지 약 30% 줄었다.

이와 관련 오태필 (사)한국외식업중앙회 포항시남구지부장은 “주변 지인들이 ‘가족 외식과 여행을 자제하고 대신 고기를 사서 집에서 구워 먹었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중국집을 운영 중인데 평소 방학이 배달 주문이 몰리는 성수기지만 이번 여파로 행사 등이 줄면서 올겨울은 매우 조용하다. 예년보다 30∼40%가량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앞선 지난 1일 오후 4시께 찾은 포항 영일대해수욕장도 바이러스 감염을 의식한 듯 방문객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 한무승(50)씨는 “감염예방 차원에서 외식을 자제하는 등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외식·모임 등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시민이 늘어남에 따라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상인 고민도 커지고 있었다.

한 해산물 전문점 종업원 B씨는 “금요일부터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등 방문객이 상당히 줄었다. 토요일 오후에도 평소 같으면 도로변에 차들이 줄지어 주차돼있어야 하지만 많이 빈 상황”이라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들어오는 손님들도 계신다. 메르스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게 느껴져 무섭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해수욕장 인근 포항 라한호텔도 지난달 28일 이후 단체 행사와 숙박 예약 취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1일까지 닷새간 발생한 손해비용은 약 1000만 원에 달한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난 2일 오후 주말이면 산책하는 시민들로 북적이던 대구 수성못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대구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증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지난 1일 오후 6시 30분께 대구 칠성시장 야시장.

지난해 11월 개장한 야시장 매대 앞은 주말의 경우 평소 몰려드는 시민들로 긴 줄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 매대 앞에 늘어선 긴 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던 야시장 옆 주차장도 이날만은 손쉽게 주차가 가능했으며 당연히 진입 도로도 한산했다.

야시장 개장부터 함께한 매대 상인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개장 이후 주말 손님이 가장 적었기 때문이다.

문을 연지 1시간여가 훌쩍 지났지만 10그릇도 팔지 못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입소문이 난 매대 5~6곳만 손님들이 줄을 서서 음식물을 기다렸지만, 이마저도 4~5명을 넘지 않는 등 전체적으로 활기가 줄었다.

상인들은 야시장이 문을 연지 3개월이지나 화제성이 다소 떨어진 시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겹친 것이 직격탄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는 “평일보다 주말에 손님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번 주말은 평일보다도 절반 이상 줄어든 것 같다”며 “시장을 찾는 사람 자체가 몰라보게 줄었다”고 전했다.

이병희 씨(38)는 “지난 주말 찾았을 때는 음식을 하나 사는데 최소 1시간 이상이 걸렸고 앉아서 먹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며 “이날은 사람이 없어 활기를 잃은 것 같아 사람이 많을 때보다 분위기가 더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해산물을 안주 삼아 모여들던 칠성시장 내 포장마차도 손님을 받은 테이블이 1~2개에 불과할 만큼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칠성시장은 물론 대부분의 극장에서도 매진은커녕 절반가량이 비어있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관광도시 경주 또한 대부분 관광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대표 관광지 보문관광단지의 경우 휴일인 2일 오후 가족 단위 관광객만 띄엄띄엄 눈에 띌 뿐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경주 동궁원의 경우 이번 주말과 휴일엔 예년에 비해 40% 정도로 입장객이 줄어들었다.

항상 주차 전쟁을 치러야 했던 동궁원 주차장이 이날 군데군데 비어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경주의 명소인 동궁과 월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곳 주차장도 이날 절반 이상이 텅텅 비어있어 관광명소를 무색하게 했다.

교촌한옥마을도 가족 단위 몇몇 관광객만 서성이면서 평소 평일보다도 더 썰렁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주차 차량을 관리하는 한 직원은 “지난 주말과 휴일보다 관광객이 50% 이상 줄어든 것 같다”면서 “신종 코로나 때문인지 어린이를 동반한 관람객과 외국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북문화관광공사 관계자는 “사드 이후 줄어든 단체 중국 관광객을 대신해 동남아로 관광객 유치를 다변화하고 있어, 신종 코로나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관광 업계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외국인은 물론 국내 관광객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돼 촉각을 곤두세우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황기환, 김현목, 류희진 기자, 이새별 수습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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