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제→철수권고’ 발표했다가 4시간 만에 ‘검토’로 급변경
보건·경제 밀접한 ‘핵심제도’ 오락가락에 비판…중국 반발 고려 분석도

박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관계부처 실·국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확대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코로나) 감염증이 확산하는 중국 전역 여행경보를 ‘철수권고’로 높인다고 발표했다가 ‘검토’로 급변경하면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종코로나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교민 철수를 위한 전세기 투입, 우한 교민 국내 격리지역 선정 등을 놓고 혼선을 빚었던 정부는 여행경보 조정에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종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은 지난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중국 전역의 여행경보를 현재 여행자제 단계에서 철수권고로 상향 발령하며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은 금지된다”고 밝혔다.

그러다 4시간 뒤 언론에 보낸 ‘보도참고자료 수정 재배포’ 문자를 통해 “중국 여행경보를 지역에 따라 현재 여행자제에서 철수권고로 조정하는 방안과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도 금지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2004년부터 운영돼온 여행경보는 여행유의·여행자제·철수권고·여행금지 4단계로 나뉜다. 정부는 정세, 치안 상황, 재난, 테러, 전염병 등을 고려해 단계를 조정한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우한에 여행자제, 우한 제외한 후베이성 전역에 여행유의를 발령했다가, 이틀 뒤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 전역 경보를 철수권고로 높였다.

지난달 28일에는 중국 전역에 여행자제 경보를 신규 발령, 후베이성 전역은 철수권고, 이를 제외한 중국 전역은 여행자제가 내려진 상황이다.

외교부가 작년 말 펴낸 ‘2019 외교백서’는 여행경보 제도를 ‘해외에서 사건·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핵심적인 제도’로 소개하고 있다.

정부가 현지에서 이동하는 국민 안전뿐 아니라 보건, 경제 부문에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제도’를 발표했다가 몇 시간 만에 바꾼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과 억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관광목적 단기비자 발급 중단도 약 2시간 뒤 ‘검토’로 변경됐다.

서울 광화문에서 여행사를 운영 중인 A(39)씨는 3일 “정부 발표가 나오면서 중국 예약이 줄취소되고 있다. 중국에 가지도 오지도 못한다는 것으로 이해했는데 ‘검토’한다는 것이면 아니라는 것이냐”면서 정부 발표에 의문을 표했다.

정부의 이러한 ‘급선회’를 두고서는 중국 당국의 반발이나 압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자국에 최고 수준 여행경보를 발령한 데 대해 “미국의 언행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의적절하지 않다”(화춘잉 외교부 대변인)면서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싱하이밍(邢海明) 신임 주한 중국대사도 지난 1일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등의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지나친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3일 브리핑에서 “당초 이러한 (여행등급 상향) 방향을 포함해 논의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현실적인 적용 가능성, 효과 등이 논의되면서 확산 정도에 따른 지역별 적용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해명했다.

관광 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보다 강력한 권고를 통해 국민에게 관광 목적 중국 방문의 위험성을 충분히 강조하는 효과도 있었기에 이 부분이 포함됐지만, 실효적인 집행수단 논의는 관계부처간 추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브리핑이 진행된 탓이라고 설명했지만, 보건복지부, 외교부 등 주무부처 장관들이 직접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 가장 핵심적인 대책이 반영되지 않은 것을 두고서는 여전히 비판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추가적인 여행경보 조정에 대해 “여건을 보면서 계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조정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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