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
마른 잎사구 같은 여자

바람에 온몸을 뒤척인다

평생 가지 끝에 매달려 바스락 소리가 몸에 밴 여자

한 번도 불태워 보지 못한 생(生)이 뒤끝으로 말려 있다

떨군 한 잎으론 물들지 못해 낙엽끼리 합류되는
노인 요양 병동

그곳에 가면

말라 비튼 계절이 밀봉되고 있다



<감상> 함께 밥 먹고 일하는 식구(食口)였을 때도 어머니는 가지 끝에 매달린 잎이었다. 가족이라는 든든한 나무가 있었는데도 벼랑 끝에 매달려 한 번도 불태워보지 못했다. 식솔들이 뿔뿔이 흩어진 후에 홀로 남은 노모는 마른 잎사귀와 같다. 수액도, 물감도 없으므로 물들지 못하는 한 잎은 낙엽끼리 뭉쳐질 수밖에 없다. 가장 무서운 것은 몸에 든 병이 아닌, 바로 고독이다. 자식들이 잘 찾아오지 않으니 노도, 닻도 잃은 한 잎의 여자일 뿐이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불어도 계절이 오지 않는 밀봉된 요양병원, 자식으로서 자주 찾아뵙는 게 도리가 아닌지. 퇴직한 선생님의 집을 일전에 방문했더니 90대 후반의 부친과 장모를 모시고 계셨는데 나는 숙연해졌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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