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 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렌스젠더 변희수 하사.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력했지만, 자신의 희망을 이룰 수 없었다. 육군본부가 ‘심신장애로 인한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적절한 처분이라고 하면서, 근거로 트렌스젠더의 ‘정신적 문제’와 ‘여군과의 융화 불가능성’을 지적한다. 일부는 성별이 군복무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면서, 인권적 측면에서 성적 소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항변한다. 사실상 인권뿐만 아니라 정의 그리고 전투력 저하와 트렌스젠더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점을 볼 때, 후자의 주장을 감안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첫째, 정의의 문제이다. 책임과 관련해서 정의는 ‘자신이 행위한 범위 내’에서이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자신의 결정과 노력도 있지만, 유전적 측면이나 부모의 배경도 무시하지 못한다. 이들이 재산을 모았다면 타고난 재능과 부모의 역할로 인한 부분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반면 부모의 역할이 빈약하고 유전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능력을 타고나지 못했다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변희수 하사가 여성으로 느끼고 성전환수술에 이르게 된 과정은 유전적이거나 신체적 변화이기 때문에, 본인이 책임질 영역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이유로 직업선택을 제한하는 행위는 정의롭지 못하다.

둘째, 인권적 측면에서 국제적 추세를 거스른다. 현재 전세계에서 약 9000명의 트렌스젠드 군인이 복무 중이며 영국, 오스트렐리아, 뉴질랜드, 캐나다 등 18개국에서는 공개적으로 군복무를 할 수 있다. 비공식적이지만 미국에서 1만5000여 명의 성소수자가 현역으로 복무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성소수자를 하나의 성으로 인정하고, 이들과 함께 사회를 구성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우리나라가 인권의 세계적 조류를 거스르고 있다. 변희수 하사를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성과 여성에 비해 차별하는 것은 인권을 무시하는 상황이다. 인권은 성과 관련 없이 인간이 보유한 고유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셋째, 전투력의 문제이다. 무기가 현대화되기 이전에 전쟁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무기의 현대화와 전쟁의 체계화 이후, 남성과 여성의 전투력 차이는 줄어들었고 군대는 여성의 군복무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변희수 하사의 성별은 여성이다. 보수적으로 판단한다고 해도 남성과 여성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제3의 성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개방된 군대를 두 성 중간에 위치한 제3의 성에게 금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남성의 상징물이 없어도 화기를 다룰 수 있고 군대 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다. 군대는 전투력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므로, 이에 반하지 않는 이상 군복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육군본부의 결정도 이해는 간다. 군인사법 시행규칙 53조 1항 관련 별표1을 보면 음경 훼손이 심신장애 5등급이고 고환 적출도 5등급이다. 별표2를 보면 5등급이 2개이면 3등급이 된다. 군인사법 제37조에 따라 심신장애로 인하여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은 강제 전역시킬 수 있다. 관례적으로 육군본부는 장애 1∼3등급을 강제 전역시켜왔다. 따라서 현재 법규와 관례에서 변희수 하사를 여군으로 복무하게 할 근거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정의, 인권, 전투력 측면에서 변희수 하사에 대한 조치는 부당한 측면이 있으므로, 군인사법[시행령과 시행규칙 포함]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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